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破邪顯正

Posted December. 19, 2017 08:32   

Updated December. 19, 201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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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뽑았다.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대학신문이 전국 교수 1000명에게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34%가 이를 꼽았다.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에 분노한 촛불 시위,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 등 파란 많은 1년을 함축한 말이다.

 ▷2001년부터 교수신문은 그 해의 한국사회를 돌아보는 사자성어를 선정했다. 대선을 앞두고 헤쳐모여를 반복한 2002년은 이합집산(離合集散), 행정수도 이전 등을 둘러싸고 극한 대립을 펼친 2004년은 당동벌이(黨同伐異·같은 무리끼리 뭉쳐 다른 자를 공격한다)가 뽑혔다. 2006년부터 연초에 새해의 바람을, 연말엔 한 해의 성찰을 담은 사자성어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생각대로 안 되는 게 세상살이인 것처럼 연말이면 어김없이 연초의 기대와 어긋나는 사자성어가 선정됐다.

 ▷새해에 대한 희망을 담긴 사자성어와 그 해를 반추하는 사자성어를 비교하면 굴곡 많은 한국 사회가 한 눈에 들어온다. 2006년 약팽소선(若烹小鮮·무위의 리더십 강조)→ 밀운불우(密雲不雨·구름은 끼었으나 비가 오지 않음), 2011년 민귀군경(民貴君輕·백성은 소중하고 임금의 권세는 짧다)→ 엄이도종(掩耳盜鐘·도둑이 자기 귀를 막고 소리나는 종을 훔친다), 2014년 전미개오(轉迷開悟·미망에서 돌아나오다)→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하다)식이다. 재작년에는 무능한 군주의 실정으로 나라가 암흑에 덮인 것처럼 어지럽다는 뜻의 혼용무도(昏庸無道)가, 지난해는 왕이 탄 배를 띄워준 백성이 그 배를 엎어버린다는 군주민수(君舟民水)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됐다.

 ▷공교롭게도 파사현정은 18대 대선을 치른 2012년 말 ‘새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말기 잇따라 터진 비리 의혹을 새 대통령이 밝혀달라는 기대를 담은 것인데 5년 만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사회는 달라진 게 없다는 것 같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