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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전도사’ 김현종의 더민주당 입당

Posted February. 20, 2016 07:36   

Updated February. 20, 2016 08:22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03년 초 김현종 세계무역기구(WTO) 수석변호사를 불러 국제통상 현안을 브리핑 받았다. 김현종은 “한국은 개방형 통상 국가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지향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특히 미국 등 주요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필요성을 역설했다. 노무현은 그를 1급인 통상교섭조정관에 발탁한 데 이어 2004년 통상교섭본부장에 임명해 한미 FTA 협상을 맡겼다. FTA를 둘러싼 노무현과 김현종의 관계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그의 ‘경제 가정교사’ 김재익을 떠올리게 한다.

 ▷노 대통령, 김현종 본부장, 김종훈 협상 수석대표는 2007년 4월 타결된 한미 FTA 협상의 세 주역이다.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글래디에이터(검투사)로 불린 김종훈의 공도 컸다. 하지만 문외한인 노무현을 김현종이 끈질기게 설득하지 못했다면 한미 FTA 타결은 성사될 수 없었다. 노무현이 김현종을 처음 만났을 때 세계를 보는 식견이 탁월하고 전략적 사고가 번뜩인 김현종을 인상 깊게 기억해 파격적으로 발탁했다. 한미 FTA는 노무현이 남긴 업적이다.

 ▷김병연 전 노르웨이 대사의 장남인 김현종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통상법으로 박사 학위를 땄다. 부친은 14살 때 혼자 유학을 떠나 ‘독종 소리’를 들으며 열심히 공부한 맏아들에 대한 기대와 애정이 남달랐다. 고교와 대학을 모두 미국에서 마친 김현종이 한국에서 연착륙하도록 여러모로 신경을 썼다. 한미 FTA 협상 당시 취재 주무 부장인 필자에게도 아들을 소개해 협상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정도였다.

 ▷통상교섭본부장을 거쳐 주유엔대사와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을 지낸 김현종이 18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일각에서는 더민주당이 ‘FTA 전도사’를 택한 것을 의의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김현종은 노무현이 “당신과는 잘 통한다”고 할 만큼 신임했던 ‘노무현 사람’이다. 그의 선택이 더민주당의 병폐인 폐쇄적 운동권 체질을 바꾸는데 기여한다면 야당과 대한민국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