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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 기다렸는데, 또..." 이산상봉 1차후보자 500명 선발

"65년 기다렸는데, 또..." 이산상봉 1차후보자 500명 선발

Posted September. 10, 2015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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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다음 달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선정을 위한 추첨이 끝나자 장내에는 아 하는 탄식이 흘렀다.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6만6000명 가운데 단 500명만 선정하는 자리였다. 불과 3분 만에 끝난 추첨. 이 자리에서 지켜보던 상봉 신청자 10여 명의 이름은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아침 일찍 경기 수원에서 추첨 현장으로 달려온 구본실 씨(86)는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추첨인데 또 떨어졌다며 만나지는 못해도 생사 확인만이라도 꼭 할 수 있길 바랐다고 안타까워했다. 구 씨는 1951년 14후퇴 당시 4세 아들과 둘째 아이를 임신한 아내와 헤어졌다. 그는 아들이 아장아장 걷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며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평양이 고향인 남편 이창용 씨(93)와 함께 추첨을 지켜본 조갑순 씨(82)는 탈락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조 씨는 밤사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기도했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훔쳤다.

625전쟁 당시 고향인 평양에 부모와 동생을 남겨둔 채 홀로 남한으로 내려온 정세훈 씨(85)도 쓸쓸히 발길을 돌렸다. 정 씨는 내가 월남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혹시라도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피해가 될까 봐 상봉 신청을 한동안 망설였다며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가보자는 마음에 신청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추첨에 앞서 고령자와 직계가족 우선 원칙 등 인선 기준을 마련했다. 500명 중 절반은 90세 이상 고령자로만 선발하고 직계가족은 가점을 받도록 설계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500명을 추첨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이들의 상봉 의사를 확인하고 건강검진 결과를 반영해 대상자를 200명으로 압축한다. 납북자국군포로 상봉 대상자는 별도로 50명을 선정한다. 이들 250명 명단은 15일 북한으로 보내져 생사확인 작업에 들어간다. 다음 달 5일 북한이 생사확인 결과를 보내오면 사흘 뒤인 8일 최종 상봉자 100명의 명단을 발표한다.

김호경 whalefisher@donga.com우경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