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해고 가능해지면 정규직 증가" 이탈리아가 보여줬다

"해고 가능해지면 정규직 증가" 이탈리아가 보여줬다

Posted August. 13, 2015 07:31   

中文

재정적자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의 고용시장이 좋아지고 있다. 유럽에서 경제 열등생으로 취급 받는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인 이탈리아에서 올해 상반기 새로 정규직을 얻은 사람은 95만2000명이다. 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는 33만1000명이나 됐다. 정규직 고용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33.6%에서 40.8%로 늘어났다. 이탈리아 개혁의 기수로 불리는 40대 마테오 렌치 총리가 1년간 추진해온 노동개혁의 결실이다.

그동안 이탈리아에선 기업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렌치 총리가 추진한 일자리 법안이 3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경영상의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게 됐다. 그러자 기업들은 정규직을 채용하고, 고급 스포츠카업체 람보르기니는 볼로냐 지역에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 역시 저성장과 철밥통 정규직 등으로 인해 청년 고용절벽이 심각한 상황이다. 노동시장 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위원회이지만 개점휴업 상태인 노사정위원회는 최근 김대환 위원장이 복귀해 재시동을 걸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복귀 직후 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핵심 쟁점 2제를 정부가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사정위를 떠나 있는 한국노총은 두 가지 의제를 제외하지 않으면 노사정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한국노총에 복귀 명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이런 전제조건을 달게 될 경우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의 노동 시장은 시장 변화나 기업 사정, 근로자의 성과에 따른 고용 유연성이 매우 낮다. 기업들은 한번 뽑아 놓으면 평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신규 정규직 채용을 꺼리고 비정규직만 늘려왔다. 내년에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면 고용 위축은 더 심해질 것이다. 노동계는 노동개혁에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와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