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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노 아빠

Posted June. 10, 201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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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곱 살인 강민재는 태어나서 한 번도 아빠를 보지 못했다. 아빠는 8년 전 엄마에게 2년간 군 복무를 마치고 꼭 돌아오겠다며 한국으로 떠난 뒤 소식이 끊겼다. 그사이 엄마는 바에서 일하다 수감됐고, 민재는 이모와 아빠를 찾아 한국에 온다. 어렵사리 아빠 대신 할아버지를 만난 민재는 열심히 연습한 한국말 인사를 대신 전한다. 아빠, 사랑해요! 지난달 25일 방영된 MBC 휴먼다큐 사랑은 아빠를 그리워하는 코피노(한국인 아빠와 필리핀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사연을 다뤘다. 민재의 맑고 선한 눈망울에 시청자들은 코끝이 찡했다.

코피노 아빠들의 직업과 신분, 나이는 다양하다.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도, 출장이나 관광을 간 사람도, 심지어 20대 초반의 유학생이나 어학연수생도 있다. 공통점은 필리핀 여성과 사랑을 나누고 함께 살다가 애가 태어나면 나 몰라라 하고 한국으로 귀국해 연락을 끊는 것이다. 그렇게 버림받은 코피노가 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한국 남성들의 무책임한 행태가 나라 망신을 시키고 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가사2단독 주진오 판사가 필리핀 여성과의 사이에서 두 아들을 낳은 한국 남성에게 성년이 될 때까지 매달 양육비 5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지난달 28일 처음 내렸다. 이달 9일엔 서울가정법원 가사3단독 김수정 판사가 코피노 아빠에게 매달 양육비로 3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코피노가 한국 법원에 직접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해 작년 6월 처음 이긴 뒤 코피노 관련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코피노는 한국 국적이 없어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따른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일본이 일본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피노에 대해 일본 국적 취득의 문턱을 낮추고 취업을 지원하는 것처럼 한국도 코피노를 제도적으로 돌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얼마 전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의 대응책으로 이민자를 사회에 쉽게 동화시킬 수 있는 정책과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DNA가 섞인 동남아 각국의 혼혈아들에게 한국 국적을 쉽게 취득할 기회를 줌으로써 아버지의 죄과를 씻고 경제 활력을 살리는 인적자원으로 삼는다면 좋을 것이다.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