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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혁, 한국 양궁의 역사를 쓰다

Posted September. 18, 2014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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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국가대표팀의 맏형 오진혁은 한국 나이로 35세다. 양궁은 국가대표 되기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어렵다고 평가받는 종목이다. 워낙 경쟁이 치열해 거의 매년 대표선수들의 얼굴이 바뀐다.

이전까지 35세에 A급 국제대회(올림픽, 아시아경기, 세계선수권대회) 대표팀에 선발된 한국 선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박경모가 유일했다. 김성훈 남자 대표팀 감독은 오진혁은 2년 뒤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도 유력하다. 한국 양궁에 새 역사를 쓸 선수라고 말했다.

오진혁은 19일 열리는 아시아경기 개회식에서 여자 펜싱의 남현희와 함께 전체 참가 선수단을 대표해 페어플레이를 약속하는 선수 선서를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다.

한 번만 더 태릉선수촌 밥을 먹을 수 있다면

오진혁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양궁 최초로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에도 선전을 거듭하며 현재 남자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영광으로 가득 찬 선수 인생 같지만 그는 오랜 무명 생활을 거치며 잡초처럼 시련을 이겨냈다. 그는 고교생이던 1999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이듬해 곧바로 대표팀에서 탈락했고 한동안 방황했다. 2007년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이듬해 선발전에서 다시 탈락했다. 그는 운동을 그만두더라도 한 번만 더 태릉선수촌 식당 밥을 먹어보고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늘은 그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어느 날 느낌이 왔다. 이거다 싶었다. 하늘이 주신 선물이었다. 이후 그 느낌을 잃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고 했다. 2009년 꿈에 그리던 대표팀에 합류한 뒤 그는 줄곧 남자 리커브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그가 최고 자리를 유지하는 원동력은 노력이다. 그는 남들이 쉬는 한밤이나 일요일에도 혼자서 활을 쏘곤 한다. 휴가 기간에도 느낌이 왔다 싶으면 곧바로 양궁장을 찾아 1, 2시간씩 활시위를 당긴다. 그는 노력한 만큼 성적이 나올 때 엄청난 성취감을 느낀다. 생각대로 화살이 날아갈 때의 기쁨은 무엇과도 바꾸기 힘들다고 했다.

어깨야, 버텨 줘

오진혁의 활은 다른 선수들의 활보다 무거운 편이다. 시위를 당길 때의 장력(줄에 걸리는 힘의 크기) 역시 크다. 더 강하게 화살을 날리기 위해 몸에 더 무리를 줄 수밖에 없다.

훈련벌레인 탓에 그의 어깨는 정상이 아니다. 회전근 인대가 많이 닳아 시위를 당길 때마다 어깨에서 뚝 하는 소리가 난다. 3년 전쯤 처음 이 소리를 들었을 때는 활시위를 놓았을 때의 소리와 착각해 0점을 쏘기도 했다.

요즘엔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고 있다. 3개월마다 부상 부위에 윤활유 구실을 해주는 주사를 맞는다. 그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나갈 기회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멀리 보지 않고 눈앞의 일에만 집중하겠다. 당장 아시아경기에서 2관왕(개인전, 단체전)에 오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