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장 후보로 추천된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KBS 노조와 야당의원들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있다. 조부의 친일행적 논란과 보수에 편향된 역사관을 갖고 있다는 이유다. 78세라는 연령까지 도마에 올랐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속내는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문창극 씨의 교회 강연을 이 후보자가 감명 깊다고 동조했다는 데 있는 듯하다.
서울대 문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역사학 전공으로 문학박사를 받았다. 김영삼 정부에서 최초 여성대사로 주핀란드 대사를 지냈고 김대중 대통령은 주러시아 대사로 임명했다. DJ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도 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1988년부터 4년 동안 KBS 이사를 해 방송도 문외한이 아니다. 진보 보수를 넘나들어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던 그를 조상까지 들춰내며 쓰러뜨리려는 진영논리가 야멸치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이 후보의 조부 이명세(18931972)를 친일 인사로 낙인 찍었다. 좌파단체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에 태평양전쟁 참여를 독려한 조선임전보국단() 발기인 이명세의 이름을 올렸다. 이 후보는 조부가 유학의 영향력을 증대시키기 위해 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해명했다. 친일인명사전의 기술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지만 야당이 헌법에서도 금지한 연좌제()로 이 교수를 후려치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다. 이 교수를 러시아 대사로 보낸 DJ가 이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
이 후보의 외조부 이범세(18741940)는 37세의 규장각 부제학으로 일제와 타협하기를 거부하고 양평으로 잠적해 절개를 지켰다. 외증조부 이중하(18461917)는 1885년과 1897년 간도 땅을 놓고 청나라와 벌인 회담에서 조선의 영토를 꼿꼿하게 지킨 사람이다. KBS 노조는 제2의 문창극이라며 이인호의 역사관을 문제 삼고 있다. 문창극의 교회 강연을 멋대로 왜곡 편집해 보도했던 KBS 구성원들은 이 교수가 이사장으로 오는 것이 두려운 모양이다.
최 영 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