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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와 세금, 공론 통한 사회적 합의에 나서라

복지와 세금, 공론 통한 사회적 합의에 나서라

Posted August. 14, 2013 03:15   

정부의 세법 개정안 발표로 촉발된 증세 파동이 이상하게 마무리되고 있다. 정치권의 중산층 세금폭탄 공격과 박근혜 대통령의 질책에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사과하고, 세 부담이 늘어나는 기준소득을 높이는 것으로 상황을 정리할 모양새다. 이 사태의 발단을 따져 들어가면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라는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했고, 취임 후에도 공약 이행을 고집한데 있다. 그러나 공약의 당사자들은 책임을 묻는 위치에 있고, 정부 경제팀은 희생양 역할을 강요받고 있다. 참으로 낡은 정치 행태다.

우리는 재정 대비 복지지출 비율이 9.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를 제외하면 꼴찌다. 복지재정은 반드시 확충해야 한다. 그러나 복지는 곧 세금이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면서 증세 얘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쳐서는 안 된다. 본란은 선거 때마다 표를 노린 각 당의 공약 남발에 대해 무책임한 포퓰리즘적 행태라고 비판해 왔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꼭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증세안을 황급히 거둬들이는 것도 공약남발 못지않은 신()포퓰리즘이다. 이런 식으로 공론이 왜곡되고 정책이 비틀거려서는 나라의 미래가 어둡다.

대통령은 작년 7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복지수단과 조세부담에 대한 국민대타협을 추진하겠다. 앞으로 5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국민행복의 초석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건강한 문제의식이었다. 그러나 선거 운동이 진행되면서 조세부담 수준에 대한 언급은 점점 사그라들었고 결국 증세 없는 복지라는 구호로 후퇴하고 말았다.

이번에 정부는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비과세 감면을 줄이면서 세목 신설과 세율 인상을 안 했으니 증세는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공약은 지키되 증세는 없다는 대통령의 약속을 어떻게든 퇴색시키지 않으려고 한 것이 경제팀의 죄라면 죄다. 대통령이 부총리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조세-복지 논의를 외면함으로써, 정치적 부담을 피하겠다고 한다면 옳지 않다. 이번 파동을 계기로 박 대통령은 공약을 구조조정하고, 세금=복지임을 정직하게 인정한 뒤 복지수준과 조세부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야당도 정치적 반사이익에 몰두하기보다 국회로 돌아가 세금과 복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에 참여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권이 포퓰리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는 유권자의 책임도 크다. 무엇보다 국민이 공짜 복지는 있을 수 없음을 명확히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