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돈보다 자부심 삼성전자 가고픈 이유 달라졌다

돈보다 자부심 삼성전자 가고픈 이유 달라졌다

Posted July. 05, 2013 04:23   

中文

돈보다 즐거움.

대학생들이 직장을 고르는 기준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연봉이나 기업 규모처럼 객관적인 지표보다 자부심이나 즐거움 등 정서적인 면이 중요한 판단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매년 하는 일하고 싶은 기업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학생들의 기업 선호도 의식 변화를 살펴봤다. 인크루트는 2004년부터 130개 기업(13개 업종별 매출 상위 10개 기업)을 놓고 4년제 대학생을 대상으로 일하고 싶은 기업을 조사하고 있다. 일하고 싶은 기업과 그 이유를 물어 정리하는 방식이다. 올해 설문에는 747명이 참여했다.

착한 직장, 즐거운 기업문화가 강세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하고 싶은 기업을 선택한 이유의 변화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라는 답변은 2010년에는 8.8%, 2011년에는 7.3%로 각각 7위에 그쳤지만 지난해 응답률이 15.0%로 늘더니 순위가 2위로 뛰었다. 올해 조사에서도 2위를 유지했다.

휴가나 복지제도 등을 포함한 우수한 복리후생 항목도 4, 5위에 머무르다 올해 처음으로 3위(13.0%)로 올라섰다. 1위는 동종업계와 지역사회에의 선도기업 이미지(14.1%) 항목이었다.

반면 경제적인 보상을 의미하는 만족스러운 급여와 투명한 보상제도라는 응답은 올해 5위(10.4%)로 내려앉았다. 이 항목은 2010년에는 3위(13.6%), 2011년 1위(15.9%), 2012년 3위(14.4%)였다.

선호 기업별로 살펴봤을 때도 변화 움직임이 감지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8.4%의 대학생이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아 2009년 이후 5년 연속으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선택한 이유로 매번 1위를 차지했던 만족스러운 급여와 투명하고 공평한 보상제도 항목은 올해 3위(15.9%)로 떨어졌다. 대신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우수한 복리후생이라는 응답이 각각 23.8%로 공동 1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10위권 내에 한 번도 이름을 올린 적이 없었던 아모레퍼시픽과 게임업체 넥슨이 올해 처음 등장한 점도 눈에 띈다. 아모레퍼시픽은 5.8%의 지지를 얻어 KB국민은행을 밀어내고 2위에 올랐다. 넥슨은 3.2%로 7위를 차지했다. 두 기업을 선택한 대학생들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선택 이유로 가장 많이 꼽았다.

직원 아끼는 굿 컴퍼니 뜬다

아모레퍼시픽과 넥슨은 자유롭고 수평적인 사내 문화가 좋은 인상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사내 의사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과장 팀장 같은 호칭을 없애고 님으로 통일했다. 넥슨도 팀 내에서 형 동생으로 서로를 부르는 등 가족적인 문화가 강하다.

직원 맞춤형 제도도 다양하다. 아모레퍼시픽은 출근시간을 오전 710시 사이에서 자유롭게 정하는 ABC 워킹타임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넥슨은 입사한 뒤 3년이 지날 때마다 최대 20일의 리프레시 휴가를 주는 369 근속휴가제를 운영하고 있다. 권도영 넥슨 인재개발팀장은 대학생들에게 넥슨이 그레이트워크플레이스(GWP)라는 인식이 있어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미영 인크루트 상무는 실제 기업 상황을 잘 모르는 대학생들이라 구체적 제도보다는 이미지가 주된 판단 근거가 됐을 것이다면서 다만 대학생들이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고유의 가치를 따지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대학 4학년 박연우 씨(23여)는 대기업에 다니는 50대 아버지가 매일 늦게까지 일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는 직장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을 바라보는 구직자들의 시선이 점차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헤드헌팅 기업인 러셀레이놀즈의 고준 상무는 우리나라의 취업 시장이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 상무는 과거에는 직장이 먹고 사는 데 필수적인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나의 행복과 발전을 이뤄주는 삶의 일부가 됐다며 기업들도 과거의 모습만 고집해서는 훌륭한 인재들로부터 외면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