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어제 자진 사퇴했다. 김용준(총리), 김종훈(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황철주(중소기업청장), 김학의(법무부 차관), 김병관(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박근혜 정부 들어 6번째다. 이 정도면 인사 실패를 넘어 인사 참사()라고 할만하다. 박 대통령 취임 한 달도 안 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인사 실패가 국민의 눈에는 국정의 무능 또는 불안으로 비쳐지고 있다.
인사 실패의 직접적 책임은 박 대통령에 있고 그 다음으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다. 정부가 비서실 기능을 대폭 축소시켰다지만 정부 고위직 인사 검증과 민심 전달의 사령탑은 민정수석이다. 본보는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인사가 만사다 특집을 통해 민정수석의 자격으로 목을 내놓고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인물을 꼽은 바 있다. 곽상도 민정수석은 목을 건 직언은커녕,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연루 의혹과 관련된 경찰 보고를 묵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 후보자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당연히 검증을 했으나 해외 계좌 추적은 짧은 (검증) 기간 때문에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변명하고 있다. 만일 해외 계좌의 의혹을 알고도 검증 기간 등을 핑계 삼아 덮었다면 중대한 직무 태만이다. 대형 로펌에서 기업 입장을 대변했던 사람들이 잇따라 장관급으로 영입되는 데 대해서도 민심이 곱지 않다. 이를 박 대통령에게 확실히 전달하지 못한 것도 민정수석실의 책임이 크다.
곽 민정수석을 비롯한 민정라인은 억울할지 모른다. 계속된 인사 참사의 근원은 수첩에 의존하며 사실상 단수로 장관급 후보자를 지목한 박 대통령의 톱다운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참모들이 레이저 눈빛을 무서워하지 않도록 언로()를 열어 줘야 한다. 시스템 인사를 위해 청와대 인사위원회를 설치했다고는 하나 인사 검증에서 미심쩍은 사실이 나온들 누가 박 대통령에게 안 된다는 말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입만 열면 약속과 신뢰를 강조했던 박 대통령이 덕망과 능력이 있으면 여야를 떠나 발탁하겠다는 대탕평 인사 약속을 지키지 않아 국민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5월 22일 취임 후 첫 대국민 담화에서 지금까지 국정 초기의 부족한 점은 모두 저의 탓이라고 사과했다. 박 대통령도 책임을 통감하고 필요하다면 사과라도 해야 한다. 청와대는 인사 참사를 막지 못한 곽 민정수석 등 민정라인을 즉각 사퇴시켜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조속히 민심 수습에 나서야 한다. 정부조직개편 같은 문제로 대국민 담화문까지 발표한 대통령이 국민의 걱정을 덜기 위해서라면 그보다 더한 일인들 못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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