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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명품 산후조리원

Posted January. 15, 2013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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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출산()은 집안의 큰 경사였다. 며느리가 아기를 낳으면 편히 쉬면서 주변 사람들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다. 산후 조리를 잘못하면 산후풍()이나 관절염 등 평생 고질병이 생긴다 해서 찬 바람을 쐬지 않게 하고 힘든 일도 못하게 했다. 산모와 아이는 모처럼 친정집으로 돌아가 보양식을 먹으면서 푹 쉴 수 있었다.

과거 가정에서 담당했던 산후 조리를 요즘은 산후조리원이 맡고 있다. 외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한국만의 독특한 시설이다. 핵가족화 등으로 산모를 돌봐줄 사람들이 부족해지자 전문서비스 시설로 탄생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로 생겨나기 시작해 전국적으로 510곳에 이른다. 해마다 전체 산모의 32%인 약 15만 명이 산후조리원을 이용한다. 수십 명의 산모와 아기들이 함께 생활하고, 산후조리원의 절반 이상을 비()의료기관이 운영하고 있어 위생 관리가 종종 문제가 되기도 한다. 정부는 신생아의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산후조리원 근무자들의 질병 검사를 강화하고, 표준약관을 제정하는 등의 대책을 최근 내놓았다. 2주일 동안의 이용료가 100만200만 원에 달해 정부가 이용료를 공개하며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일본의 톱스타 부부 마쓰야마 겐이치(28)와 고유키(37)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기 위해 한국에서 원정 출산을 했다는 소식이다. 고유키는 일본판 너는 펫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그의 아홉 살 연하의 남편 겐이치는 영화 데스노트로 잘 알려진 배우다. 고유키는 작년 초 일본에서 아들을 낳은 뒤 TV 프로그램 리포터로 한국의 산후조리원을 방문해 체형교정, 마사지 같은 서비스를 체험하고는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둘째인 딸은 아예 한국에 와서 낳고 바로 산후조리원을 찾았다. 고유키가 이용한 서울 강남의 고급 산후조리원은 산부인과 병원과 같은 건물에 있고, 국내 유명 연예인들도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고급 산후조리원의 이용료는 2주일 동안 500만1000만 원에 이르지만 출산 6, 7개월 전에 예약을 해도 자리를 잡기 어려울 만큼 인기가 높다. 호텔식 인테리어와 고급 음식에다 공원이 내다보이는 펜트하우스 방을 잡을 수도 있다. 산모를 위한 마사지와 육아강좌, 요가강습 등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해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병원에선 출산하면 57일 입원하는 데 비해 한국의 산후조리원은 2주일 동안 24시간 집중관리를 받을 수 있어 원정 출산을 택하는 일본인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KOTRA가 일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수입하고 싶은 한국 상품을 조사해 보니 청담동식 카페와 함께 산후조리원이 으뜸으로 꼽혔다. 산후조리원이 의료관광의 첨병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신 연 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