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 성의 제1호 한국 투자기업으로 불리는 스피커 제조업체 칭다오토프톤전기유한공사(이하 토프톤)가 1989년 처음 칭다오()에 공장을 짓겠다고 했을 때 한국 정부 관계자는 왜 (수교도 안 된) 그런 곳에 가려고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 회사는 최근 23년간 자본금은 45만 달러에서 380만 달러의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고 매출액도 1990년 300만 달러에서 지난해 3000만 달러로 10배로 뛰었다.
토프톤은 한중 수교로 인해 씨를 뿌리고 꽃을 피운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9일 칭다오에서 만난 임영철 법인장은 사업 초기에는 전체 물량의 대부분을 일본과 한국으로 보냈지만 지금은 중국 최대 가전기업인 하이얼에도 납품하고 있다며 중국은 앞으로도 우리에게 많은 가능성을 주는 땅이라고 말했다.
산둥 성은 수교 이후 한국 기업들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진출한 곳이다. 한국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살려 원료 중간재 완성품 제작 업체 등이 함께 진출해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어언 20년이 지나면서 중국의 투자 환경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토프톤이 처음 칭다오에 공장을 세울 때 시 정부의 인허가 절차는 일주일 만에 끝났다. 외자 유치를 위한 중국 공무원들의 원스톱 서비스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토프톤이 있는 청양() 구 내 일반용지에 공장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주로 첨단산업만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 임금도 크게 올랐다. 토프톤의 초기 임금은 월 평균 90위안(1만6000원)이었지만 당시 공무원 초임이 70위안이어서 낮지 않아 토프톤에 취직시켜 달라는 청탁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은 2000위안 이상을 줘도 오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다. 칭다오의 많은 한국 중소 제조업체들은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임금을 올려주자니 채산성이 떨어지고 올리지 않으면 근로자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토지 사용 기간을 둘러싼 분쟁도 잇따르고 있다. 스타 농구공을 만드는 칭다오의 신신체육용품유한공사(신신상사의 중국 법인)은 최근 땅주인인 촌민위원회가 50년으로 돼 있는 기존 토지 임대 계약을 무시하고 새로 계약을 맺자고 해 갈등을 빚다 임대료를 올려주며 항복했다.
이 같은 상황 변화로 2005년 말 1만 여개이던 산둥 성의 한국 기업은 지난해 말 현재 5500여 개로 줄었다. 땅주인들은 임대료를 더 주든지 아니면 나가라고 요구하는 실정이다. 청양 구는 공장이 철수한 공터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고기정 koh@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