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달리는 항공기라 불러다오

Posted May. 18, 2012 04:04   

中文

속도와 편안함 모두 항공기에 버금가죠. 선로 위의 비행기라고나 할까요.

16일 오후 4시 반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중앙역. KTX를 이을 차세대 고속열차인 해무(HEMU-430X)가 플랫폼에 나타나자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정창영 한국철도공사 사장 등 현장에 있던 참석자 200여 명이 일제히 박수로 맞이했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해무는 지난해 10월 대차(철도주행장치) 시험에서 최고시속 428.9km를 기록했다. 프랑스 V150(시속 575km2007년), 중국 CHR380(486km2010년), 일본 신칸센700(443km1996년)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빠른 열차다. 해무는 이날 출고식 이후 2015년까지 10만 km의 주행시험을 거친 후 실제 운행에 들어간다. 출고 당일 창원중앙역에서 진영역까지 28km 거리를 탑승해 봤다.

두 마리 토끼(속도, 편안함) 모두 잡을까

탑승자 입장에서 본 해무의 첫인상은 안락해졌다는 것이다. 도입 당시 자리가 좁다는 평이 많았던 KTX에 비해 좌석 간격이 넓어졌다. KTX 일반석 좌석 간격이 93cm였지만 해무는 100cm다. 앞좌석 아래로 발을 뻗을 수 있는 수준이다.

항공기처럼 좌석마다 액정표시장치(LCD) 화면이 설치된 점도 눈에 띈다. 영화와 뉴스 등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자태그(RFID)를 통해 티켓을 인식해 도착역이 가까워지면 도착 5분 남았습니다 하는 식으로 통보도 한다. LCD 화면에 있는 호출 버튼을 눌러 승무원을 부를 수도 있었다.

물론 탑승자에게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속도다. 목진룡 한국철도기술연구원(철도연) 기획전략본부장은 해무의 최고 속도는 시속 430km지만 실제 운행속도는 이보다 낮은 시속 350400km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부산을 현재 KTX로 여행할 경우 2시간 25분이 걸리지만 해무가 시속 400km로 달릴 경우 1시간 36분이 걸린다. 서울대구(1시간 37분1시간 6분), 서울광주(2시간 52분1시간 7분) 등도 주행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홍순만 철도연 원장은 해무 도입으로 전국이 1시간대 출퇴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첫 동력 분산형 시스템 실험

기술적으로 볼 때 해무는 국내 첫 동력 분산식 열차라는 의미를 가진다. 선두와 후미의 동력차만 차량을 끄는 것이 아니라 차량 엔진이 여러 차량에 분산됐다. 이에 따라 속도를 높이거나 낮출 때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김기환 철도연 고속철도사업단장은 해무가 시속 3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KTX에 비해 2분가량 줄어든 233초라며 역과 역 사이가 짧은 국내 여건에서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해무는 철도연 등 52개 기관이 5년 동안 931억 원의 예산을 들여 개발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