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의 칭찬이 구설수에 올랐다. 김 위원은 10일 민주통합당 소속 최재천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17대 국회에서 함께 하면서 미래가 보이는 정치인이라고 느꼈다고 덕담을 했다. 그제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김 위원이 야당의 예비후보에게 공개적으로 칭찬을 하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최 전 의원과 겨뤄야 하는 진수희 의원으로서는 분통이 터질만하다.
10년 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국내 출간된 이래 칭찬의 효과를 모르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잘한 점을 구체적으로 칭찬하라 결과보다 과정을 칭찬하라 일이 안 풀릴 때 더 격려하라 같은 삶에 보탬이 되는 내용이 많다. 특히 요즘은 처벌 대신 칭찬을 강조하는 교육론이 세를 얻는 추세다. 하지만 냉정한 평가가 필요할 때 칭찬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 심리학자인 캐롤 드웩 교수는 자부심을 주기 위해 하는 칭찬은 역효과를 부른다고 경고했다. 듣는 사람이 정말 잘난 줄 알게 돼 결과적으로 더 진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것이다. 워싱턴 DC 교육감을 지낸 미셸 리는 미국에선 아이들을 기분 좋게 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며 이 때문에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실력을 키우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어른에게 하는 칭찬을 좋은 말로 덕담, 솔직한 말로는 아부라고 한다. 할말은 안하고 칭찬만 늘어놓는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눈과 귀를 가리는 간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칭찬을 별로 안하는 경영자로 꼽힌다. 작년엔 한국경제에 대해 낙제점은 면했다고 말했다가 구설이 일자 삼성 측은 늘 위기를 강조해온 이 회장 화법에 따르면 이 말은 괜찮은 수준이라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애플의 삼성전자 제소를 최고의 칭찬이라고 할 만큼 삼성이 발전한 것도 칭찬과 자만을 경계한 덕일 수 있다. 김 위원의 후한 칭찬에 대해 민주당에선 김 위원이 원려심모()가 있으신 분이라 한나라당에 가서 민주당 집권을 돕고 있다며 비아냥거렸다. 칭찬도 장소와 때를 가려서 해야 보약이 된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