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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은진수 비리 개인문제일 수 없다

Posted May. 28, 2011 03:12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사퇴했다. 이번 사건은 은 전 위원 개인의 비리가 아니라 측근인사, 보은()인사로부터 비롯된 권력형 비리다. 은 전 위원은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이 후보의 친위그룹인 안국포럼의 핵심멤버로 BBK 주가조작 사건 대책팀장으로 활약했다. 이 정부 출범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법무행정분과 자문위원을 거쳐 2009년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임명돼 야당으로부터 거센 공격까지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이례적으로 민정수석비서관실을 찾아가 우리와 관련된 사람이나 일일수록 더욱 철저하고 엄중하게 조사해 국민 앞에 의혹을 투명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엄중 조사를 지시한다고 측근인사 보은인사의 잘못이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감시해야 할 감사위원에 측근을 보내는 인사는 자제했어야 옳았다. 이 대통령은 올 초 민정수석을 지낸 정동기 씨를 감사원장으로 내정하면서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킬 적임자라고 내세웠다. 여론의 비판에 부닥친 여당 지도부가 정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자 이 대통령이 한동안 화를 내 지도부를 전전긍긍하게 만든 적도 있다.

현행 감사원법 15조는 감사위원이 자신과 관계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심의에 참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은 전 감사위원은 2005년부터 2년간 부산저축은행 고문변호사를 맡았는데도 2010년 초 저축은행 관련 감사 심의에 참여했다. 그는 스스로 특수한 관계가 있었음을 밝히고 이 사건에 관한 직무 집행을 하지 않았어야 옳았다. 판사 검사 변호사를 두루 거친 그는 자신이 관련된 사건에서 스스로 관여를 배제하는 제척() 제도가 있음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감사원 측은 자기와 관계있는 사항에 대한 해석과 적용이 애매하다고 얼버무렸지만 이처럼 내부 검증 시스템이 없었던 것이 바로 문제다.

양건 감사원장은 어제 감사원의 독립성과 대국민 신뢰는 외부로부터의 독립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내부 직원들의 확고한 태도와 의지,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지만 감사원의 독립성 확보가 감사원장의 의지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청와대를 비롯한 권부가 자제해야만 가능하다.

역대 정부는 임기 말에 대통령 주변에서 대형 비리가 터져 나와 레임덕을 가속화하고 국정혼란을 불렀다. 이 정부는 대통령 측근 게이트가 없다고 큰소리쳤지만 이번에 은 전 감사위원 사건이 터졌다. 임기 말이 다가올수록 청와대 등 권부 주변에 있는 사람이라면 몸가짐을 조심해야만 과거 정부들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