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은 취임 초기인 2006년 지방법원들을 순시해 사법부의 주인은 국민인 만큼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하면 존립 이유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작년 2월 신임법관 임명식에서도 우리가 행사하는 재판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며 법관의 양심은 사회로부터 동떨어져서는 안 되고 보편타당성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국민이 감동하는 사법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모두 옳은 말이다.
그런데 이 대법원장이 지난달 28일 신임법관 임명식에서 한 발언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그는 아직도 법치주의를 저해하는 요소들이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이것은 사법부 독립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면서 사회단체와 언론, 정치권력을 사법부 독립 저해세력으로 규정했다. 그는 지난해 4월 법의 날 기념식과 12월 전국법원장회의에서도 언론과 정치권 법조계 시민단체 등을 싸잡아 정도()를 벗어난 비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작년 초 우리법연구회 소속 등 일부 판사들이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의 국회폭력, 전교조의 시국선언, 전교조 교사의 빨치산 교육, MBC PD수첩의 광우병 왜곡보도 등에 대해 일련의 무죄판결이 나오면서 사법부는 법조사회단체와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이 대법원장의 발언이 일부 법관의 튀는 판결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문제 삼는 것이라면 잘못이다. 언론, 사회단체가 부당한 판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에 속한다.
일부 법관들의 판결은 입법 취지에도 어긋나고 보편타당성과도 거리가 먼 것이었다. 정치적 이념적 편향 판결을 포함해 헌법정신과 국민의 법감정, 상식에 어긋나는 판결이 결코 비판의 성역()일 수 없다. 재판과 판결은 판사의 영역이지만 사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 또한 언론의 사명이다. 이 대법원장의 발언은 사법부 이외의 다른 기관과 제도는 모두 무시하는 듯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권력과 금력()을 동원해 정의와 불의를 바꾸려는 부당한 외압과 판결 결과에 대한 사후의 건전한 비판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 근절과 법 앞의 평등을 요구하는 국민의 정당한 소리를 과감히 받아들여 신뢰를 쌓기보다는 사법부 독립 저해세력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독선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