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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공짜 의료쇼핑

Posted December. 22, 2010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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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하구의 임대아파트에 혼자 사는 40세 남자 A 씨는 병원에 들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당뇨 고혈압 척추협착 근육통 천식 우울증 등을 앓고 있는 그가 2009년 한 해에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약을 타간 날은 1만6066일, 국고에서 약값과 진료비로 지급한 금액은 6976만 원이다. 한 번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평균 44일 치의 약을 받은 셈이다. 그 많은 약을 정말 다 먹었는지 궁금하다. A 씨는 국가가 의료비를 지원하는 의료급여 수급권자다.

지난해 의료급여로 병의원 약국에 지급된 국고는 4조7548억 원으로 2008년(4조4735억 원)보다 6.3% 늘었다. 가난은 통상 질병을 동반하므로 저소득층의 건강이 그만큼 악화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공짜 의료에 따른 의료쇼핑도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급여(처방 진료) 일수가 2000일을 넘어선 수급권자가 379명이나 된다. 이들 중 병원을 적절하게 이용한 경우는 81명(21.4%)뿐이었고 나머지는 약물 오남용(23.5%), 습관적 이용(19.8%), 의료쇼핑(14.5%)으로 나타났다. 다이어트 목적으로 약을 타는 경우까지 있었다.

서울시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지급하는 의료지원금이 11월부터 바닥나 현재 6500건에 107억 원을 지급하지 못했다. 저소득층 의료지원금은 국고 78%와 지자체 예산 22%로 편성된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전북 경남 등의 의료지원금도 바닥이 난 상태다. 지자체들이 의료지원금을 못 주니까 국민건강보험공단도 병의원과 약국에 의료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병원 순례를 하며 공짜 의료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결국 가난하고 진짜로 아픈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될 것이다.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제공되는 의료급여를 일부가 악용하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정부는 엉터리 환자에게 국민 세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들의 행태를 개탄하기에 앞서 제도가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유발하지 않았는지 반성할 일이다. 공짜 의료에 대한 제한이 없으니 의료쇼핑이 만연하는 게다. 전면 무상급식을 추진하는 쪽도 바닥난 무상의료 예산을 보며 느끼는 바가 있어야 한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