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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연아의 선물, 국민도 눈물이 났다

[사설] 김연아의 선물, 국민도 눈물이 났다

Posted February. 27, 201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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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청색에 반짝이는 보석이 박힌 옷을 입은 김연아는 빙상에서 춤추는 요정이었다. 김연아는 국민의 성원과 금메달의 압박감도 잊은 듯 얼음판 위에서 꿈을 꾸는 듯했다. 김연아는 4분여 동안 연기를 완성하고 나서 마침내 눈물을 비쳤다. 세계 대회에서 우승을 여러 번 했지만 한번도 운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기쁨의 눈물이었고 마침내 완성하고 말았다는 감격의 눈물이었다. 김연아의 완벽한 연기, 그리고 눈물을 지켜본 국민도 눈물이 났다. 기쁨 감동 행복 축하의 눈물이었다.

겨울 올림픽에는 많은 종목이 있지만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스포츠 기량과 예술의 아름다움이 결합한 여자 피겨스케이팅이다. 김연아가 어제 프리스케이팅에서 받은 150.06점은 자신이 지난 10월 파리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얻은 역대최고점(133.95점)을 16.11점이나 뛰어넘은 기록이다. 스포츠 역사에 지워지지 않을 이 기록은 육상경기에 비유하면 100m를 8초에 끊은 것과 같다고 스케이팅 전문가들은 찬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세계선수권대회(2009년)와 그랑프리 파이널(2006, 2007, 2009년), 4대륙선수권대회(2009년)에 이어 올림픽까지 제패하면서 여자 싱글 선수로는 사상 첫 그랜드슬램 달성의 주인공이 됐다. 김연아의 찬란한 성취는 자신의 땀과 눈물, 가족과 코치의 보살핌, 빙상계의 격려, 국민의 성원이 합쳐진 결정체다.

여섯살 때 처음 스케이트를 신어본 김연아는 14년만에 피겨 여왕으로 등극하기까지 수만번의 엉덩방아를 빙판 위에 찧었다. 남들이 연습장에서 한번 돌 때 두 번 돌았다. 한가지 점프동작을 65차례씩 반복한 적도 있다. 코치 브라이언 오서는 저서 한번의 비상을 위한 천번의 점프에서 김연아 선수를 완벽주의적인 연습벌레로 묘사했다. 남몰래 눈물을 흘린 적도 많았다. 어려서부터 연약한 몸으로 양쪽 스케이트 날에 의지해 회전과 점프를 수없이 반복하는 바람에 무릎 허리 꼬리뼈 등에 통증이 잦았다. 2006년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에는 고관절 부상으로 밀려오는 통증을 진통제를 맞아가며 참고 출전해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제치고 우승했다.

김연아가 목에 건 메달은 한국이 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처음으로 딴 메달이다. 한국은 1988년까지 겨울올림픽에서 노 메달이었다. 겨울올림픽은 헝그리 스포츠와 달리 국부가 어느 정도 받쳐줘야 세계 수준의 선수를 양성할 수 있는 분야다. 이번 김연아의 메달은 단순히 한국이 스포츠만 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의 경제력, 체력, 문화적 수준이 높아졌음을 보여준 일대 사건이다.

김연아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꿈은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국민에게 심어주었다. 한국의 역동성, 그리고 한국인의 재능과 노력을 세계인들에게 알렸다. 이것이아말로 김연아가 어제 대한민국에 안겨준 가장 값진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