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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진화 깃발 아래서 벌어지는 전방위 부패

[사설] 선진화 깃발 아래서 벌어지는 전방위 부패

Posted February. 02, 201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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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이 경찰관과 성매매업소 도박장과의 유착비리를 끊기 위해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은행계좌 명세를 영장 없이 볼 수 있게 사전 동의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일선 경찰관 들 사이에서는 사생활의 과도한 침해라는 반발이 나오는 모양이다. 김준규 검찰총장도 숨은 비리인 교육비리 척결에 전념하라고 지시하고 인사 청탁, 공사비와 교비 횡령 근절을 위한 수사에 나섰다. 잇단 교육계 뇌물사건로 망신살이 뻗친 서울시교육청은 비리 고발자에게 1억 원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산업화 민주화의 과제를 달성하고 선진화를 향해 달려가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후진국형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국격()을 부끄럽게 하는 일이다. 요즘 공무원들의 부패는 과거 박봉에 시달리던 공무원들의 생계형 비리와 다르다. 공무원들은 실직 걱정도 없고, 대우와 연금은 일반 국민이 부러워할 정도다. 그럼에도 시민과 일상적으로 접하는 경찰과 교사, 공무원들이 민원인을 봐주고 챙기는 행태는 여전하다.

경찰관의 개인 휴대전화 기록을 조사하겠다는 다소 극단적인 조치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체 경찰의 사기를 꺾는다고 반발한다. 영장 없는 통화나 계좌 조사는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지나친 수단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공직자 임명 때도 계좌추적 동의서를 받아 검증을 한다. 대민() 현장의 경찰과 세무, 교육 공무원들이 받는 유착과 부패의 유혹은 고위 공직자 못지않다. 일선 공무원들이 비리와 부패를 저지르면 정부 신뢰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과 사정기관이 주시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경각심을 일깨우는 효과는 있겠지만 실효성은 의심스럽다. 휴대전화가 아니더라도 연락할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감사관실에서 들여다보는 줄 알면서 뇌물을 예금계좌로 받는 경찰관도 없을 것이다. 부패에 대한 국민의 질타가 높아지니 충격요법으로 눈길을 끌어보려는 것이나 아닌지도 모르겠다.

교육계에서도 학부모의 경제수준이 높은 학교의 교장과 교감직이나, 승진의 지름길인 교육청 장학사 자리를 놓고 추악한 돈질이 끊이지 않는다. 학교현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니 미래세대가 무엇을 보고 배울지 걱정스럽다. 이 같은 교육비리는 강성 전교조에게 투쟁의 명분을 제공한다. 아예 승진을 포기한 교사들이 전교조의 위세에 기대어 생존을 보장받는 사태도 이래서 벌어진다.

무엇보다 일선 경찰과 교사, 공무원들의 투철한 공복의식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 아빠는 경찰이다 우리 엄마는 교사다라고 자녀들이 떳떳하게 자랑할 수 있도록 치열한 자정()노력이 절실하다. 경찰관들이 정복을 입고 출근하는 운동도 함께 시작했으면 좋겠다. 공무원에게 봉투를 주고 일을 해결하려는 민원인과 학부모도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