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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쇠사슬 의회

Posted December. 23, 2009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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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조간신문에 낯익은 듯한 사진 석 장이 실렸다. 두 장은 그제 경기도의회와 성남시의회에서 일어난 시도의원들의 폭력 장면이었다. 하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집단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성남시 야당 의원들이 성남 하남 광주 통합안 상정을 막기 위해 본회의장 출입문에 쇠사슬을 묶는 장면이었다. 세 번 째는 국회 예결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한 민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에 앉으려는 심재철 위원장을 밀쳐내는 광경이었다. 국회, 도의회, 시의회 시리즈로 벌이는 폭력 추태가 어쩌면 이렇게 닮았을까.

성남시 여야 의원 5명(한나라당 3명, 민주당 1명, 국민참여당 1명)은 어제 사이좋게 6박7일간의 일본 연수를 떠났다. 3개시 통합안 논의를 새해 1월 하순으로 미루기로 하고 서둘러 비행기를 탔다. 하수처리 및 노인복지 시설 견학이 목적이라지만 온천욕도 포함된, 번갈아 가는 해외여행으로 의원 1인당 300만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간다. 비슷한 시간에 경기도의원 11명(민주당 9명, 무소속 2명)도 일본으로 연수를 떠났다. 이들은 후지산 국립공원도 둘러볼 예정이라고 한다. 시도의원들이 국회로부터 보고 배운 것이 폭력이나 관광여행 같은 것뿐이니 닮은꼴일 수밖에 없는 건가.

작년과 올해 국회가 열리는 동안 야당인 민주당은 국회의사당에 폭력을 동원하기 일쑤였다. 16대 국회까지만 해도 야당 의원들은 의안 처리를 막기 위해 의자로 바리케이드를 치거나 몸싸움을 하는 정도에 그쳤다. 쇠사슬은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17대국회 정기국회 때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먼저 사용했다. 18대 국회 들어서는 민주당이 해머와 전기톱까지 동원했다. 국회 폭력이 갈수록 흉포화()하는 양상이다.

국회는 시도 의회에 모범을 보여야 할 도의적 책임뿐만 아니라 교육적 책무가 있다. 스승격인 국회가 저 모양인데 시도 의회가 모범생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나무 위에서 고기를 잡는 연목구어()나 다름없다. 국회의원은 일반 국민에 대해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기능을 해야 할 존재다. 법을 만드는 의원들이 폭력에 앞장서는 현실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