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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미셸위 백조 되다

Posted November. 17, 200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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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라고 불린 소녀가 있었다. 10대의 나이에 남녀 프로골프대회를 두루 거치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스폰서 계약까지 했다. 부와 명예를 동시에 챙기며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하지만 거듭된 부진 속에 주위의 기대는 실망과 손가락질로 바뀌었다. 부상까지 겹쳐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어느덧 그는 박제가 된 듯했다.

감당하기 힘든 굴곡을 경험했기 때문일까. 그토록 갈망하던 우승 트로피를 안은 미셸 위(20)는 자신에게 온갖 시련을 안겨준 하늘을 응시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16일 멕시코 과달라하라CC(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최종 4라운드. 미셸 위는 3언더파 69타를 쳐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했다. 13세 때인 2002년 다케후지클래식에서 LPGA투어에 첫 출전한 이후 8년 동안 65번째 도전 끝에 맛보는 황홀한 순간이었다.

하와이에서 태어나 5세 때 골프를 시작한 미셸 위는 주니어 시절 주요 대회마다 최연소라는 단어를 달고 다니며 이름을 날렸다. 183cm의 큰 키에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는 트레이드마크였다. 단번에 여자 타이거 우즈로 필드를 호령할 것 같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남자 대회를 기웃거리며 성대결을 펼치다 연이은 실패로 무모한 도전이라는 따가운 지적을 들었다. 16세 때인 2005년 프로에 뛰어들었지만 데뷔 무대였던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실격 처리된 뒤 굵은 눈물을 쏟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2007년 미국 스탠퍼드대에 입학하면서 아예 골프를 포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낳았다. 미국 명문대 재학생으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해 손목을 다쳤고 LPGA투어에 7차례 초청선수로 출전했으나 평균타수가 76.9타까지 치솟았다. 두 차례 기권으로 동료들로부터는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 2008년에는 스코어 카드 오기로 실격되는 어이없는 실수로 구설에 올랐다.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올 시즌 LPGA투어 정식 멤버가 됐지만 여전히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주저앉으며 무관의 징크스에 허덕였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정상에 오르는 길은 그렇게 멀고도 험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미셸 위는 64전 65기 끝에 마침내 우승컵을 안은 뒤 이렇게 소감을 남겼다. 와! 인생은 아름답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