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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전지 빅뱅

Posted September. 10, 200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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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 산업의 본산에서 글로벌 위기를 상징하는 유령도시로 전락한 미국 미시간 주. 파산한 자동차회사들과 실업자가 넘쳐나는 이곳에서도 재기를 모색하는 노력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 돌파구는 바로 2차전지와 이를 이용한 친환경자동차 산업이다. 제니퍼 그랜홀름 주지사는 최근 라디오 연설에서 미시간 주가 세계 전지산업의 수도가 되기를 원한다고 선언했다.

세계 각국이 불황을 극복할 대안으로 녹색성장 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전기자동차에 쓰이는 2차전지를 둘러싸고 기업들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도 2차전지는 시장 전체 분위기를 장악하는 핵심 테마로 빠르게 부상했다. 증권업계에선 2차전지가 정보기술(IT), 자동차에 이어 한국 기업들에 높은 수익을 제공할 핵심 산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차전지 성장성이 증시 돌파구로

증권가에선 2차전지 산업을 일종의 메가 트렌드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두 번 타올랐다 이내 수그러드는 다른 테마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뜻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국내 기업들의 가시적인 경영성과가 잇달아 나오면서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선두주자는 LG화학이다. 이 회사는 올해 초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시보레 볼트에 리튬이온전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2011년부터 생산하는 뷰익의 전지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삼성SDI도 지난달 초 독일 자동차 부품사 보쉬와 합작해 BMW에 전기차용 전지를 2020년까지 독점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증시에서도 이들 종목은 순식간에 핵심 주도주로 떠올랐다. 삼성SDI의 주가는 9일 현재 16만5000원까지 뛰어올랐다. 지난해 말 종가가 5만5000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정확히 세 배로 오른 것이다. LG화학도 같은 기간 7만1000원에서 21만2000원으로 역시 세 배로 뛰었다. 신영증권 조용준 리서치센터장은 IT와 자동차 종목의 주가가 많이 오른 뒤 투자자들이 장기적 성장성이 높은 2차전지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2차전지 관련 부품 기업들의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국가 간 주도권 경쟁으로 확산

산업계에서는 2차전지가 기존 기술을 무력화하고 산업 전반을 혁신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가 석유 기반에서 전지 기반으로 바뀌면서 정유, 에너지 등 관련 산업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이런 흐름을 읽고 지난해 중국의 전기자동차 회사인 BYD의 지분을 10%나 매입했다.

2차전지를 둘러싼 경쟁은 국가 간 경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과 일본 정부는 이미 첨단 전지 개발 등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중국은 2차전지의 핵심 원료인 리튬 확보를 위해 최대 매장국인 볼리비아에 건설자금을 지원하는 등 자원외교에 나섰다.



유재동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