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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덩이 애물단지서 세계1위 넘보는 알짜회사로

빚덩이 애물단지서 세계1위 넘보는 알짜회사로

Posted August. 27, 200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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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영토를 회복하자.

이달 14일 경기 이천시 부발읍 하이닉스 이천공장. 주력 제품인 D램을 생산하는 M10 공장 직원들은 떡을 돌리면서 축제 분위기로 들떠 있었다. 7월 실적을 집계한 결과 기대치 이상으로 좋게 나왔기 때문이다.

공장 직원들은 다물()군 전사로 불린다. 다물은 고구려 시절에 고조선의 옛 영토를 회복하자는 데서 유래된 순 우리말. 생산성 향상과 혁신적인 기술 개발 등으로 세계시장에서 하이닉스의 영토(점유율)를 넓혀 글로벌 1위로 올라서자는 취지다. 다물군 대장으로 불리는 박재수 M10 제조기술담당 부장은 일부 D램 제품은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며 다물군 전사들이 열심히 한 덕분에 하이닉스 부활의 서광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7년 4분기 이후 7분기 연속 적자를 냈던 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영업흑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빅딜(사업맞교환)을 통해 통합한 하이닉스가 올해로 출범 10년이 됐다. 당시 15조 원이 넘는 부채를 짊어지고 있던 애물단지는 세계 D램 시장 2위 업체로 거듭났다. 하이닉스가 죽어야 한국이 산다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통합하면서 탄생한 하이닉스는 세계 D램 1위 업체로 출발했다. 세계시장 점유율 3위인 현대전자(11.4%)와 5위인 LG반도체(7.9%)를 합쳐 점유율이 19.3%로 삼성전자(18.5%)를 근소한 차로 앞섰다. 하지만 이는 외형상 모습일 뿐 실제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하이닉스는 당시 부채 15조8000억 원을 짊어지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D램 가격 폭락으로 반도체 경기가 악화되면서 유동성 문제까지 생겼다. 하이닉스가 죽어야 한국 경제가 산다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하이닉스가 재기하기까지는 삼성전자에서 스카우트된 최진석 하이닉스 부사장(CTO)의 역할이 컸다. 최 부사장은 이천공장을 둘러보니 기술력이 훌륭한 엔지니어가 많았다며 헝그리정신과 열정, 자존심만으로도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2001년 말 채권 금융기관들은 미국 마이크론에 하이닉스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최 부사장은 당시 하이닉스는 기초 투자가 커 투자금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생산효율을 높이는 공정이 있다며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을 설득했다고 한다.

결국 이 호소가 받아들여져 하이닉스 이사회는 마이크론에 대한 매각 방안을 부결시켰고, 마이크론은 하이닉스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사무실에 침대 갖다놓은 야전사령관

폭풍은 지나갔고, 하이닉스를 살리는 길은 혁신밖에 없었다. 최 부사장은 집무실에 간이침대를 갖다놓았다. 기술 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수율(생산품 중 완성품 비율) 높이기에 매달렸다. 대규모 장치 산업인 반도체는 수율이 나빠지거나 생산량이 줄면 이익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는 원가를 30% 절감하면 영업이익을 30% 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생산성을 높여 번 돈으로 다음 세대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들과 노력한 결과 일부 반도체 수율은 삼성전자를 넘어섰다.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이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담당자를 질책할 때 최 부사장을 언급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대규모 장치 산업인 반도체에서 투자와 이익이 비례한다는 불문율도 깼다. 생산라인 전체를 바꾸는 게 아니라 수율이 낮은 일부 공정 기계만 바꾸는 방식으로 투자비를 아꼈다. 이르면 9월 말부터 44나노급 D램 양산

하이닉스는 현재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하이닉스의 2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21.7%로 삼성전자(34.1%)에 이어 세계 2위다. 이런 여세를 몰아 44nm급 공정을 적용해 생산성을 50%가량 높인 DDR3 D램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44nm 공정은 D램을 만들 때 원판 실리콘 웨이퍼 위에 그리는 회로선 폭을 44nm까지로 줄인 첨단 공정. 하이닉스는 2007년부터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김대영 하이닉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은 44nm 공정을 성공하지 못하면 영원히 2등에 머물 것이라는 생각으로 공정 개발에 매달렸다고 했다. DDR3는 DDR2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2배 빠르고 전력 소모가 30% 낮다. 다만 원가가 다소 비싼 게 문제였는데, 회로선 폭이 44nm로 줄어들면 한 웨이퍼에서 더 많은 D램을 생산할 수 있다.



김유영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