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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병원, 숙박업 허용되면 의료관광 탄력

지방 병원, 숙박업 허용되면 의료관광 탄력

Posted May. 29, 2009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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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마리나 씨(26러시아)는 유방암 수술을 받으러 한국을 찾았다. 그는 경기 가평군에 있는 청심국제병원에 입원해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은 후 퇴원해 일주일간 휴식을 취할 곳을 찾았다. 그러나 가평에는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었다. 병원 측은 수소문 끝에 러시아인이 하는 민박을 찾아 소개해줬다. 마리나 씨는 병원 근처에 쾌적한 숙소가 있었다면 좀 더 편히 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입퇴원을 번갈아 해야 하는 환자와 보호자는 병원 근처에 머물 곳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의료법상 의료법인이 숙박업을 부대사업으로 할 수 없어 다른 숙소를 찾아야 했다. 27일 정부가 규제개혁위원회관계 장관 합동회의를 통해 의료법인이 숙박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혀 앞으로는 이 같은 불편함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의료법인은 644개에 이른다. 숙박업 규제완화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의료법인은 의료관광에 관심 있는 수도권과 지방의 중급 병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 있는 병의원은 주변에 호텔, 레지던시, 여관을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지만 지방에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강흥림 청심국제병원 대외협력팀장은 숙박업 허가 시 3성급 이상 수준의 80개 방을 갖춘 호텔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북 안동시에 있는 안동병원은 현재 병원 1개 층에 임시 숙박시설을 꾸며놓고 있다. 수익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로 요금을 받지 못했다. 다만 병원에서 열리는 학회 참석차 머무는 고객에게는 5만7만 원의 숙박비를 받아왔다. 강보영 안동병원 이사장은 수익 사업으로 할 수 있다면 시설에 추가 투자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형외과, 피부과 등을 중심으로 체인 형태로 운영되는 네트워크 병원은 숙박업 허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 이들 병원은 주로 대도시에 있기 때문에 숙박시설을 구하기 어렵지 않은 데다 상당수 환자는 입원할 필요가 없는 치료를 받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변칙적인 숙박업 운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양우진 전국의료관광협회 회장은 병실비보다 숙박비가 더 비싸다면 병원은 입원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애매한 환자를 입원시키기보다 숙박으로 유도하려고 할 것이라며 병실과 숙박시설의 비율을 정하는 등 변칙 운영을 막기 위한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지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