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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담당 공무원도 잘 모르는 100가지 복지서비스

[사설] 담당 공무원도 잘 모르는 100가지 복지서비스

Posted February. 23, 2009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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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청 8급 기능직 공무원 한 사람이 어떻게 26억원에 이르는 장애인 보조금을 빼돌릴 수 있었을까.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이 이런 의문을 어느 정도 풀어주었다. 원 의원은 지난주 국회에서 복지 보조금과 관련된 횡령, 부정수급(), 중복수급 같은 사고가 잇따르는 것은 복잡한 복지전달시스템에서 비롯된 필연이라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회복지 및 보건의료서비스가 100가지에 가까워 어딘가에서 줄줄 새도 담당 공무원이 아니면 파악하지 못할 구조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15개과가 100가지나 되는 사업을 전국 16개 시도에 위임하고, 각 시도는 다시 시군구 기초단체에 내려 보내는 식으로 집행하다보니 일반 국민은 어디 가서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도 알기 어렵다. 복지 행정체계가 이렇게 불투명하고 공급자 위주로 돼 있기 때문에 세금 주머니를 차고앉은 공무원들이 행세를 부리는가 하면 심지어 횡령하는 사고의 개연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에 지원받아야할 빈곤층은 대통령에게 편지라도 쓰지 않으면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올해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예산으로 배정된 13조4095억원이 거의 이런 식으로 관리되고 있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복지부 외에 노동부의 실업급여, 국토해양부의 임대주택 지원,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 지원 등 여러 부처에서 관장하는 복지서비스도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영국 등 복지행정 경험이 많은 나라들처럼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묶어 한곳에서 처리하는 원스톱 시스템에 대해 검토해봄직하다.

경제위기 속에서 새로운 빈곤층이 등장하면서 복지예산 규모는 더 늘어나게 돼 있다.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근본부터 개선하지 않는 한 복지 관련 부조리를 없애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국민이 알기 쉽게 복지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급자위주로 쪼개진 서비스를 이용자 위주로 개편해야 한다. 나아가 현재 국민연금관리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등으로 나뉜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 관리기관도 한군데로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국민이 복지제도에 쉽게 접근하고, 운용의 불투명성과 비효율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의 복지제도 개혁이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