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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상경제정부 간판만 비상이다

Posted February. 02, 200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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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연초에 비상경제정부를 선언했다. 지난주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는 국정 의사결정 방식도 비상경제정부 상황에 맞게 바꿔야 한다면서 신속한 결정과 실천 방식을 주문했다.

그런데 실제 가동체제는 비상경제정부 같지가 않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지난달 19일 내정됐지만 6일에야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순탄하게 진행된다 해도 내정에서 취임까지 20일 가까이 걸린다. 물러날 강만수 장관더러 행정 공백이 없도록 하라고 닦달해봐야 중요한 결정을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민주당은 강만수 퇴진을 입버릇처럼 외쳤지만 후임자가 하루라도 빨리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경제 실물지표들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유동성 22조원이 풀렸지만 기업의 돈맥경화는 만성화하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에 마이너스 일자리로 졸업시즌인 이달 말 청년실업이 가중될 전망이다. 2차 기업구조조정, 달러 유동성 문제 재발 우려 같은 발등의 불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도 비상경제정부의 장관 교체가 국회 일정만 기다리고 있다. 미국에선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탈세 의혹에도 불구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6일 만에 의회 청문회를 끝내고 경기부양책을 지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주 TV토론에서 IMF(국제통화기금)나 월드뱅크(세계은행)는 내년 들어 한국이 가장 먼저 4.2% 이상으로 가장 높게 경제가 회복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등 4개 아시아 신흥공업국이 내년에 평균 4.2% 성장할 것이라는 IMF 전망은 작년 11월에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내년 4.2% 성장을 전망한 것도 작년 11월이다. 급속한 글로벌 실물침체로 이미 무효가 된 전망들이다. IMF는 이 대통령 TV토론 하루 전에 이를 3.1%로 낮췄고 1월에 나온 다른 전망치도 일제히 악화됐다.

비상경제정부가 되려면 대통령부터 실()시간 정보로 무장해야 하고 비상이란 말에 걸맞은 인적 시스템이 공백 없이 작동해야 한다. 정부의 낙관이 근거 없어 보이면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가 더 떨어질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