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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동해 천리안 영공 수호 이상무

Posted November. 15, 200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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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기자가 탑승한 공군 HH-47 수송헬기는 경기 오산기지를 이륙한 지 2시간 만에 울릉도 나리분지의 공군 레이더기지(제30방공관제단 8355부대)에 도착했다.

2001년 7월 창설된 이 기지는 독도를 제외한 국토의 가장 동쪽에서 동해 영공을 불철주야 감시하는 공군의 핵심 전력.

대대본부에서 레이더 장비가 설치된 해발 968m 천두산 정상까지 1.3km 구간은 12인승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했다. 기지 건설로 인한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설치된 케이블카는 45m 높이의 철탑 2개에 연결된 케이블을 따라 병력과 물자들을 싣고 산 정상을 오르내린다.

부대 측은 전 군에서 장병들이 매일 케이블카를 타고 출퇴근하는 유일한 부대라고 소개했다.

산 정상의 대형 철제돔 안으로 들어서자 높이 7m, 무게 7t에 달하는 최신형 장거리 대공레이더가 웅웅 소리를 내며 돌았고, 한 층 아래 상황실 화면에는 포착된 수백 개의 항적()들이 쉴 새 없이 깜빡거렸다.

최대 탐지거리가 약 460km인 이 레이더는 동해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은 물론 일본의 서남부 상공까지 모든 항공기를 탐지 추적할 수 있다. 레이더의 탐지정보는 해저광케이블과 위성통신으로 오산과 대구의 중앙방공통제소(MCRC)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부대장인 김주상(학군 18기) 소령은 과거 내륙지역의 레이더 기지에 의존해 다소 취약했던 동해영공의 감시 능력이 울릉도 레이더 기지가 가동되면서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2005년 일본 정찰기가 독도 영공에 접근했을 때 공군이 즉각 상황을 파악해 경고방송으로 대응에 나서 회항시켰을 때도 이 기지의 역할이 컸다.

울릉도의 근무 여건은 녹록지 않다. 변덕스러운 해양성 기후 탓에 맑은 날은 연간 50여 일 안팎이다. 여름에는 낙뢰, 겨울에는 폭설이 잦다.

특히 50년 만의 폭설이 내린 올해 초에는 4m 넘는 적설량으로 케이블카 운행이 중단돼 산 정상의 근무 장병들이 5일간 고립되기도 했다.

레이더 지원병인 연응준(23) 병장은 잦은 강풍으로 케이블카 운행이 중단될 때도 많아 근무자들은 고립에 대비해 항상 여벌의 속옷과 양말을 준비한다며 산 정상의 상황실에는 최소 10여 일 치의 비상식량도 비치돼 있다고 말했다.

기지 상주 병력은 100여 명. 이런 힘든 여건에도 장교와 부사관은 80%, 병사는 50%가 울릉도 근무를 자원한 이유가 궁금했다. 부대원들은 동해 상공을 최전선에서 지킨다는 천리안의 자부심이 남다르다며 사시사철 만끽할 수 있는 울릉도의 비경은 보너스라고 입을 모았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