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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올땐 우산 뺏지 않는게 당연 금융기관이 기업살리기 나서야

비 올땐 우산 뺏지 않는게 당연 금융기관이 기업살리기 나서야

Posted October. 14, 2008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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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13일 비가 올 때는 우산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는 게 평소 소신이라며 조금만 도와주면 살릴 수 있는 기업은 금융기관이 적극 나서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KBS를 비롯한 8개 라디오 채널을 통해 8분30초 동안 방송된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라는 대국민 연설에서 신뢰야말로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름길은 기업과 금융기관, 정치권 그리고 소비자인 국민 모두가 서로 믿고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라며 정부부터 신중하게 대처하고 국민께 사실 그대로 모든 것을 투명하게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감과 희망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어렵긴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던 경험과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럴 때일수록 서로 믿지 못하고 각자 눈앞의 이익을 좇다가 허둥대면 우리 모두가 패배자가 될 것이라며 지금은 길게 보고 크게 보며 행동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에게는 해외소비를 좀 줄이고 국내소비를 늘려 달라고 당부했고, 기업에 대해서는 지금은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드는 기업이 애국자라며 투자를 요청했다. 또 국회를 향해서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600여 개 법안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해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라디오 연설에 대해 청와대는 아날로그 화법으로 정보기술(IT) 시대의 감성을 어루만졌다고 자평했다. 감성적 연설로 국민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는 것.

실제 이 대통령은 이날 요즘 참 힘드시죠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한 뒤 저 역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또 무슨 우울한 소식이 없는가 걱정이 앞섭니다라며 감성적 접근을 했다.

또 평소 언급하지 않던 아버지 얘기까지 꺼냈다. 한 회사의 수위였던 아버지가 실직을 당한 일이 있어 실직 가정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 대통령은 아버지와 관련된 대목을 넣을지를 놓고 녹음일(12일)까지도 고심을 거듭했다고 한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연설은 우리 국민의 마음에 와닿은 연설이었다며 금융위기에 불안해하는 국민에게 믿음을 주고 자신감을 심어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실인식이 조금 안이하고 책임의식이 결여됐다. 지난 7개월간 잘못된 경제운용에 대한 반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민혁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