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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민방송

Posted September. 30, 200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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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6월 광우병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인터넷에서 시민방송녀라는 검색어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어느 네티즌이 여경의 야간 불법시위 해산 권유방송을 패러디해 시민방송-RTV에 올린 방송 멘트가 계기가 됐다. 경찰, 전의경 여러분 / 밤이 늦었으니 집으로, 숙소로 돌아가십시오 / / 여러분이 이런다고 밥 더 주지 않습니다 / 휴가 더 주지 않습니다. 공권력을 조롱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전의경들의 인격을 짓밟는 장난질이었지만, 촛불시위대는 시민방송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즐거워했다.

RTV 홈페이지엔 아직도 촛불이 넘실거린다. 메인 프로그램으로 떠 있는 포토에세이-민주주의를 만드는 손은 시위대가 경찰버스를 넘어뜨리기 위해 차체에 밧줄을 묶고 있는 장면을 보며주며 장벽을 허무는 손이라는 식으로 묘사하고 있다. 동영상 끝부분엔 제작자 이름과 함께 제작지원-시민방송, 방송발전기금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방송발전기금은 방송법에 따라 조성된 공익자금이다. 이쯤 되면 공익()이란 게 도대체 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방송발전기금의 사용목적에는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 및 영상물 제작 지원도 포함돼있다. 그러나 RTV는 2006년부터 작년 3월까지 무려 22차례에 걸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를 위한 특집방송을 내보내고, 촛불시위 100일의 전망과 대안이라는 특집에서는 친()자본 권력에 대항해 무산자성()을 드러내는 작업이 활발해지길 기대한다는 주장을 여과 없이 전했다. 표현을 흐리긴 했지만, 촛불시위를 프롤레타리아(무산자) 혁명으로 이어가자는 선동이나 진배없는 주장이다.

노무현 정부가 2003년부터 5년간 집행한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지원비 120억원 가운데 85억원(69%)이 시민방송-RTV에 간 것으로 밝혀졌다(본보 29일자 A1, 8면 참조). 지금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가 20032006년 사이 3년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 겸 방송발전기금관리위원장을 맡았었다. 따지고 보면 이상할 것도 없다. 시민방송의 목표도 민주주의 2.0을 만든 노 전 대통령의 목표와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

김 창 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