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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고려대 강의 개방

Posted September. 19, 200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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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 근교 클레어몬트는 나무와 박사의 도시로 불린다. 까닭은 도시 전체가 아름다운 나무로 가득 차 있는 데다 주민 1만 명 이상이 석사 또는 박사학위 소지자이기 때문이다. 석, 박사 공급처는 이곳의 클레어몬트대. 이 대학은 미국 유일의 컨소시엄 대학으로 포모나, 매케나, 하비머드, 피저와 여자대학인 스크립스 등 5개의 리버럴 아트 칼리지, 그리고 클레어몬트 및 케크 등 2개의 대학원이 한 캠퍼스를 쓰고 있다.

서부의 예일로 불리는 포모나나 명문 공과대인 하비머드를 비롯한 소규모 칼리지들이 컨소시엄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은 강의 개방 덕분이다. 7개의 칼리지가 옹기종기 모여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다른 대학에서 얼마든지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예컨대 하비머드는 이공계 대학이지만 학생들은 학점의 3분의 1을 다른 대학에서 딴다. 학생들은 다양한 강의를 선택할 수 있고, 대학들은 교수 채용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우리도 이와 비슷한 제도로 학점교류협정이 있다. 협정을 체결한 대학끼리 상대 학교에서 들은 강의를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문제는 우리 대학들과 외국 대학들과의 학점교류는 어학 능력이나 유학 경험 습득 차원에서 인기가 있지만 우리 대학들끼리의 학점교류는 학교 간 서열의식과 자존심 때문에 유명무실하다는 것. 이화여대가 숙명여대와 학점교류협정을 맺었을 때 이화여대 학생들이 총장에게 항의 e메일을 보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고려대도 22개 대학과 학점교류협정을 맺었지만 지금까지 한 차례라도 교류가 있었던 대학은 15개에 불과하다.

고려대가 한국 대학으론 처음으로 강의를 개방한다고 한다. 내년 1학기부터 학부 수강 정원의 5%인 약 8000명의 타()대 학생에게 어떤 과목이든 강의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수강을 원하는 타대 학생들은 고려대생들과 똑같이 수강신청을 하면 된다. 계절학기가 아닌 정규학기 중에는 수업료도 받지 않는다고 한다. 고려대의 이런 결정은 자신들의 교육역량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의 발로일 것이다. 지식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할 만한 고려대의 강의 개방 실험이 어떤 결실을 거둘지 주목된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