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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걸림돌은 미시간 현상 - 쇠고기 벨트

한미FTA 걸림돌은 미시간 현상 - 쇠고기 벨트

Posted July. 03, 2007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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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국 상원은 미국 내 자동차 회사는 생산차종의 평균 연료소비효율을 2020년까지 3.79L(1갤런)당 56.3km(35마일)로 높여야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현재의 기준인 40.2km(25마일)는 1975년 제정된 후 고쳐지지 않았다.

자동차처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제품이 30년 넘게 기름 먹는 하마 수준의 연비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막강한 친()자동차 성향의 의원들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연비강화로 생산단가가 높아져 유럽이나 일본차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면 기업도 노동자도 어렵다는 논리를 편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지난달 말 칼럼에서 이런 흐름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동료를 달래고 설득해 가며 이제야 고칠 수 있었다고 개탄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보호해 온 의원들이 이번에는 미국 자동차시장이 불리하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앞장서 반대하고 있다.

노조와 2인3각인 자동차 의원들=국제주의자로 통하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지난달 초 디트로이트 발언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미국 자동차시장에 불리한 FTA는 찬성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미국 노동총동맹 산업별회의(AFL-CIO) 소속 조합원이 대거 참석한 자리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국가의 지도자가 아니라 자동차 세일즈맨 같다고 비판했다.

자동차 세일즈 의원에는 찰스 랭걸 하원 세입위원장, 샌더 레빈 무역소위 위원장,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총망라된다. 의견 표명은 없었지만 버락 오바마, 존 에드워즈 후보 등 민주당 핵심 후보들도 생각이 다르지 않다.

AFL-CIO는 매년 전체 의원을 상대로 우리 기준에 A 의원의 의정충실도는 %라는 수치를 공개한다. 현역 민주당 의원으로서 이 수치가 90% 이하로 내려가면 다음 선거 때 민주당 예비선거(프라이머리) 과정에서 도전자로부터 충분히 진보적이지 못하다며 공격받게 된다.

워싱턴의 통상외교 전문가는 1일 자동차만큼 민주당이 표면적 이유로 내세워 FTA를 반대하기 쉬운 게 없다. 정치인들은 자동차 산업 보호보다는 노동단체의 입김이 두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시간을 지킨다=상하원은 비공식 의원모임인 코커스를 통해 특정 산업을 위한 정책을 논의한다. 상원의 자동차 코커스, 자동차부품 코커스, 하원의 자동차 코커스는 자동차 산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의원들의 대표적인 모임이다.

디트로이트, 랜싱, 플린트, 그랜드래피즈 등 자동차 도시가 즐비한 미시간 주 출신 의원이 핵심 역할을 한다. 칼 레빈 상원의원, GM 생산직 노동자의 아들인 데일 카일디 하원의원 등이 의장직을 맡고 있다. 미시간 주는 상원의원 2명, 하원의원 15명이 대부분 자동차 수호천사로 묘사된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의정 생활 53년째를 맞은 26선의) 존 딩겔(81) 의원의 존재에 주목하라고 말했다. 하원 최장수 의원인 그는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법안 작성, 수입차 정책, 기업규제 개선 등을 책임지는 하원 에너지통상위원장이다.

민주당 내 하원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구온난화 방지, 테러지원국에 보조금을 주는 효과를 내는 미국인의 석유중독을 피하려면 자동차 연비 증대는 최우선 정책이라고 선언하자 딩겔 의원은 자동차 3사에 무리한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기업의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이 밖에 자동차 산업의 방패막이를 하는 의원은 버넌 에일러즈, 프레드 업톤, 조 슈워츠, 마이크 로저스, 조 놀렌버그, 캔디스 밀러, 태디어스 맥코터(이상 공화), 데일 카일디, 샌더 레빈, 캐롤린 킬패트릭, 존 코니어스(이상 민주) 등 무수히 많다. 민주, 공화당의 구분이 없을 정도다.

전국이 미시간=미시간 주만이 아니다. 켄터키, 테네시, 앨라배마 등 GM, 포드, 크라이슬러 자동차의 공장, 부품공장, 디자인 및 공학연구소가 위치한 곳은 모두 미시간 주나 마찬가지다.

지난달 13일 미 하원 FTA 청문회 때 데이비드 스콧(조지아 주민주) 의원은 한미 FTA는 미국에 나쁜 협상이며 일방적 협상이라고 깎아 내렸다. 그의 지역구는 애틀랜타 외곽으로 한국의 기아자동차가 불과 1, 2시간 거리에 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내 지역구 주변의 GM 및 포드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지역구에는 일본차 한국차의 약진에 따른 미국 기업의 공장 폐쇄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청문회 발언을 통해 불편한 지역 민심을 반영하려 했다.



김승련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