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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철밥통 깨기 인사실험 태풍

Posted March. 17, 2007 07:43   

무능 공무원 퇴출 태풍이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휩쓸고 있다.

서울시가 15일 진통 끝에 확정한 퇴출 후보 3%의 규모는 당초 예상치(240명)를 뛰어넘는 250260명에 이르는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퇴출 후보자들로 구성된 현장시정추진단이 출범한 지 6개월이 되는 10월까지 구제가 어렵다고 판단된 직원들은 내년 4월까지 공직 사회에서 추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공서열과 무사안일로 대변돼 온 지방 공무원 조직의 철밥통을 깨는 인사혁신 돌풍. 긍정적 평가와 함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경쟁력 강화 위한 고육책 vs 공무원 조직 뒤흔들어

혁신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지자체 단체장들은 한목소리로 공직 사회의 풍토를 바꿔 민간 기업 못잖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고 목적을 밝힌다. 지자체의 시도는 대부분 시작 단계여서 평가는 아직 이르지만 단체장들은 벌써부터 직원들 사이에 일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를 실시한 전남 나주시 공무원들은 출근 시간을 칼같이 지키고 있다.

예전처럼 출장 갔다 집으로 바로 퇴근하는 간 큰 공무원이 없어졌다고 달라진 공직 사회 분위기를 밝혔다.

그러나 긴장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행정혁신센터 금창호 소장은 경쟁력과 생산성 제고로 이어지면 좋지만 공직 사회 불안으로 공무원들이 업무보다 생존에만 신경을 쓰는 결과로 이어질 경우 국민에 대한 서비스의 질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민선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인사상의 큰 변동이 생기는 선례가 계속되면 직업안정성이 흔들려 업무에 대한 충성도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온정적 인사 바꾸는 계기 vs 평가 공정성 어떻게 믿나

지자체 측은 연공서열에 의한 승진과 잘못한 것이 있어도 봐주기로 일관해 온 지금까지의 공무원 인사 풍토가 확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퇴출 대상 공무원 선정을 둘러싼 잡음과 불신은 심각하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자질 부족이나 업무 불성실 등 기준이 모호한 주관적인 평가 기준을 갖고 있다. 다면평가나 인사권자 면담 제도 역시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내가 왜라며 억울해하는 공무원이 대부분이다. 울산시 시정지원단으로 발령받은 한 공무원은 아무리 우수한 사람들만 모인 조직이라도 개인별 등급을 매기면 최하위 그룹은 반드시 나오지 않느냐고 불평했다.

이 때문에 공무원 노동단체들은 퇴출 중심의 혁신인사가 단체장이나 부서장의 조직 장악이나 공무원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고 인사권자에 대한 맹목적 충성과 줄서기를 가져 올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계명대 박세정(행정학) 교수는 퇴출 대상 공무원을 투표나 다면평가 설문조사를 통해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며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퇴출 시스템의 정착? vs 개인 손보기?

15일 전북도청에서는 도 고위 공무원이 주무 계장들을 모아놓고 지시사항을 전달한 후 요즘 언론에 공무원 철밥통 깬다는 기사가 많이 나오는데 걱정하지 말라며 입을 열었다.

이 공무원은 울산시에도 알아보니 별 내용도 없이 계획 한번 세워본 건데 언론에 너무 크게 나와 부담스럽다고 하더라며 다른 지자체도 구체적인 계획은 없고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으면 한두 명 쇼 차원에서 손보는 정도에 그치지 않겠느냐며 직원들을 안심시켰다.

이처럼 최근의 혁신 시도가 단기적인 이벤트로 그칠 가능성은 공직 사회 곳곳에서 엿보인다.

충북대 강형기(행정학) 교수는 (서울시를 예로 들면) 퇴출 후보인 3%에 대한 벌주기보다는 나머지 97%의 업무수행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범죄자를 교도소에 가두는 것은 범죄자에 대한 처벌 의도도 있지만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측면도 있다며 퇴출제도를 공무원들의 분발과 생산적 시스템 운영의 정착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