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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일부, 성급하게 앞서나가는 이유 뭔가

[사설] 통일부, 성급하게 앞서나가는 이유 뭔가

Posted February. 21, 2007 07:10   

통일부가 어제 2007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첫 번째 전략목표로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919 공동성명과 213 베이징 합의의 후속조치라고는 하나 너무 서두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명분에 반론을 펼 국민은 없다. 그러나 명분만으로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것은 아니다. 논의의 핵심인 한반도 비핵화와의 관계 설정조차도 안 된 상태다.

벌써 우리 사회의 좌파세력은 213 합의로 핵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해결됐으니 평화협정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한반도 평화체제를 항구적인 동북아 평화체제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전략적 동반자 수준으로 낮춰 중국이나 북한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북이 약속대로 핵 폐기 절차를 밟을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그런데도 통일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팀이 평양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평화체제 구축부터 외치고 있다. 통일부는 비핵화를 위해서도 평화협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외교안보연구원까지도 오히려 북한이 핵 폐기를 지연시키고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등 악용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1996년부터 1999년까지 4차례나 열렸던 평화체제 문제 논의를 위한 4자회담도 북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으로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난 바 있다. 외교안보연구원의 김성한 교수는 한미동맹의 미래 비전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평화체제 논의가 진척될 경우 한미동맹에 심각한 균열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평화협정의 당사자인 미국의 변함없는 원칙도 선() 비핵화, 후() 평화협정이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통일부가 평화체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김정일 정권이 연내에 핵무기를 폐기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거나, 아니면 한미동맹보다 민족공조를 우선하겠다는 뜻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남북 정상회담의 길을 닦겠다는 정치적 저의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북의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 한 그 어떤 평화체제 논의도 구두선()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