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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다가구 임대주택32%가 지하방

Posted November. 30, 200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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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방에 살면서 햇빛 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실내 공기가 순환이 안 돼서인지 아이는 아토피 피부염에 시달리고 있고 아내는 감기를 달고 삽니다. 돈 없는 게 죄죠.

몇 달 전 서울 강서구의 한 다가구 임대주택 지하방에 입주한 박병화(가명45일용직 노동자) 씨의 한탄이다.

이처럼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시범 운영 중인 다가구 임대주택의 32%가 지하방(반지하방 포함)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러한 지하방은 환기와 채광이 거의 안 되는 등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여름철에는 침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정부의 다가구 임대주택 확대 정책에 반하여 서울시 자체 보유 물량을 민간에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29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건설교통부 다가구 매입 임대주택 임대 현황과 서울시의 행정감사 자료에서 밝혀졌다.

임대주택 3곳 중 1곳은 지하방=건교부는 저소득층도 도심 거주가 가능하도록 지난해 352억45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서울 강서 관악 노원 영등포 중랑구 등 5개 자치구의 다가구 주택 75채, 503가구를 매입했다. 이 가운데 지하방은 161가구로 32%에 이른다.

반면 서울시는 20022003년 1251가구의 다가구 임대주택을 매입했으나 최근 이를 모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공기 순환 안 되고 주거환경 열악=문제는 지하방이 환기가 잘 되지 않고 습도가 높아 입주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하방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와 지하방 내부에서 발생하는 수분으로 인해 습도가 높아지면서 세균이나 곰팡이가 번식해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대한주택공사가 지난해 5월올해 2월 한국도시연구소에 의뢰해 서울, 경기지역의 지하방 30가구를 조사한 결과 유해물질 농도는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다.

톨루엔, 벤젠 등 휘발성유기화합물의 평균 농도는 m당 1208g, 부유세균은 m당 1859CFU로 나타났다. 이는 환경부 권고 기준(m당 500g, m당 800CFU)보다 2.32.4배 높은 수치다.

이번 조사는 1520년이 지난 노후 다가구 주택을 대상으로 한 것.

새집에서 주로 배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노후한 지하방에서 발생된 것은 새 가구나 가전제품을 들여왔거나 이들 유해물질이 옷 등에 묻어 지하방에 들어와 환기가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소는 분석했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은 피부 및 호흡기 질환과 두통을, 부유세균은 피부염이나 구토 등을 일으킨다.

대책=건교부는 임대 주택을 매년 4500여 가구 매입하는 등 2015년까지 총 5만 가구를 확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하방 임대와 관련한 대책은 없는 상태.

건교부 관계자는 다가구 임대주택은 도심 내 저소득층이 거주할 수 있도록 시중 임대료의 3050%만 받고 있다며 많은 다가구 주택을 임대하면서 지하방이 포함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이낙연(민주당) 의원은 다가구 주택에 지하방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저소득층의 주거환경을 고려치 않은 탁상행정이라며 지하방을 거주공간이 아닌 창고 등 공용공간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태훈 신수정 beetlez@donga.com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