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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끼리 협력, 북 독재체제 외면하고 잘 되겠나

우리 민족끼리 협력, 북 독재체제 외면하고 잘 되겠나

Posted October. 28, 2005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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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은 끝났지만 냉전의 원인인 독재와 민주주의의 대립은 없어졌는가.

황장엽(사진)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26일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이사장 박관용)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이 같은 물음을 던졌다. 황 씨는 또 사상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인권 문제로 북한을 압박할 것을 제안했다.

잘못된 대북정책=황 씨는 (정부) 주요 기관의 사람들은 자꾸 남북 간 체제 경쟁은 끝났다 이제 대북정책은 180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 민족끼리 화해협력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말은 참 좋다고 꼬집었다.

수령 절대주의나 봉건적 전체주의로 규정할 수 있는 북한의 독재체제는 그대로인데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게 황 씨의 지적이었다.

그는 평양에 한 번 다녀온 뒤 김정일()이 듣던 것과 다르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뭐가 다른지 어떻게 아느냐며 우리는 (김정일과) 40년간 같이 있어도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북 간 이념 경쟁에서 남측의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문제에 대해선 아무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며 한국이 북한에 대해 경제적으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으나 북한이 한국의 정신을 지배하는 데는 5년밖에 안 걸렸다는 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은 미국을 제국주의 국가로 보고 있으며, 남한을 미국의 식민지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남한을 식민지 상태에서 해방시키려는 통일전선전략을 더 강화하고 있으며 성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판단의 잣대는 인권=황 씨는 국민들은 여당이 이렇게 얘기하면 거기에 따라가고 야당이 저렇게 얘기하면 거기에 따라간다며 국민들이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인 인권옹호를 잣대로 삼아 북한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쟁으로 통일을 하는 것에는 반대하나 민주주의를 양보할 수는 없다며 민주주의는 나눠 가질 수 없는 것으로 그걸 양보하면 생명을 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씨는 성장보다는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측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경제를 발전시켜야 하는데 나눠 먹자(분배)는 얘기나 한다며 시위에서 선언서 낭독한 사람을 민주투사로 알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경제 발전에 기여해 민주주의 체제를 지킨 사람들이 진정한 민주투사라는 의미였다.

그는 또 남한 내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해 친일파를 문제 삼는데 옛날 얘기 자꾸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민주주의에 누가 기여했는지를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명건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