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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대 교수 전쟁

Posted October. 19, 2005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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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지방 국립대인 A대 경영대에서 교수 3명이 수도권 사립대로 옮겼다. 이 대학 관계자는 학생은 1200명인데, 교수는 17명에 불과해 다음 학기에 교수를 채용할 예정이지만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면서 말끝을 흐렸다. 반면 서울 소재 사립대인 B대 경영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교수를 17명이나 새로 뽑았다.

최근 유명 대학들이 앞 다퉈 교수 확보전을 벌이고 있다. 세계경영대학협회(AACSB)의 인증을 받기 위해 인증 조건 가운데 하나인 전임교수 비율(75%)을 높이기 위해서다.

2003년 서울대 경영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원이 인증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고려대 경영대와 경영대학원이 동시에 인증을 받자 이에 자극을 받은 연세대, 한양대, 성균관대, 서강대 경영대 등이 교수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이들 수도권 유명 대학은 수도권 사립대, 수도권 사립대는 지방 국립대, 지방 국립대는 지방 군소 사립대에서 교수를 데려오는 방식으로 교수를 확보하고 있다.

고려대 경영대는 지난해와 올해 교수 11명을 신규 채용했으며 내년 1학기까지 18명을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다.

연세대 경영대도 같은 기간에 11명을 채용해 전임교수 비율을 71.7%로 높였다. 서울대 경영대도 교수 11명을 새로 뽑았다. 신규 채용 교수들은 대부분 수도권 사립대나 지방 국립대 교수들이다. 유명 대학에 교수를 빼앗긴 수도권 사립대는 지방대 교수들을 채용해 결원을 메우고 있다.

이 같은 교수 확보전 때문에 지방대는 일방적으로 우수한 교수를 빼앗겨 골병이 든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지방 J대는 학생 430명에 교수 11명, C대는 학생 1200명에 교수 17명, I대는 학생 400명에 교수는 9명에 불과하다.

지방 국립대 경영대 재학생 김모(21여) 씨는 교수들이 적어 시간강사에게 수업을 듣고 있으며 전공 강의도 수강생이 50명이 넘는 경우가 많아 강의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경영대가 대학 재정에 보탬이 된다는 현실적인 배경과 교수 채용 방식을 다양화하기 어려운 국내 현실이 겹쳐 가속화되고 있다.

유명 수도권 경영대 관계자들은 단과대 가운데 경영대의 기부금 모금 실적이 가장 뛰어날뿐더러 높은 취업률 등으로 대학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경영대의 몸집을 불리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대학은 외국 대학처럼 전공에 따라 교수의 연봉 등을 달리하기 힘들어 외국 교수들을 채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국내 교수들에게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서울 시내 모 대학 관계자는 미국 대학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한국행을 거부해 어쩔 수 없이 지방대 교수들을 채용하고 있다면서 외국 유명 대학들이 1990년대부터 한국인에 대한 입학허가를 줄였고 국내 대학은 박사과정생 육성을 게을리 해 교수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학 간 수평이동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수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