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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서명? 그까짓거, 대충

Posted September. 30, 200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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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 80%가 서명 확인 소홀

신용카드 사용은 회원, 카드회사, 가맹점 3자 간의 계약에 의해 이뤄지는 경제행위다. 이 계약을 지키는 수단이 회원의 서명.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신용카드 사용자들은 한 달에 약 2억2000만 번 카드를 긁는다. 카드 회원 6500만여 명(2005년 6월 현재)이 1인당 한 달 평균 3.4번을 사용하는 셈.

하지만 서명 문화는 낙후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가장 기본적인 서명과 이에 대한 확인이 소홀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

본보가 국내 한 신용카드 회사의 도움을 받아 신용카드 가맹점 100곳을 방문해 설문조사한 결과 카드 뒷면의 서명과 매출 전표의 서명이 일치하는지 반드시 확인한다는 가맹점은 20%에 불과했다. 전혀 확인을 하지 않는 가맹점은 27%였다.

이와 별도로 본보 취재진이 가맹점 30곳에서 직접 신용카드로 결제한 결과 직원이 서명을 확인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이름을 적어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신용카드 소지자들도 마찬가지여서 가끔 다른 서명을 하거나 매번 다른 서명을 한다는 응답이 28%였다.

서명 안 하면 피해 보상 못 받아

한 보석상이 손님에게서 90만 원의 신용카드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이 신용카드는 분실된 카드였다. 보석상 주인은 서명을 확인했다며 결제대금을 모두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매출 전표에 있는 서명과 카드를 분실한 회원의 서명은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회사는 결제 금액 중 50%만 지급했다.

여신전문업 금융감독 규정에 의하면 신용카드 거래 금액이 50만 원을 넘으면 회원의 신분증을 확인하게 돼 있다. 보석상 주인은 서명과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 피해를 본 것이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서명을 하는 매출 전표는 3장. 회원과 카드 회사, 가맹점이 한 장씩 갖는다. 이 매출 전표는 상업장부와 같은 성격을 지닌다. 신용카드 회사는 이를 상법에 따라 5년간 보존해야 한다.

여신금융협회 이보우() 수석연구위원은 소비자보호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적기 때문에 서명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것이라며 무질서한 관행은 신용 사회로 가는 데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서명 확인을 잘 안 하다 보니 신용카드 회사들은 카드 분실신고가 들어오면 뒷면 서명 여부부터 확인하곤 한다. 일단 의심하고 보는 것이다.

금감원 분쟁조정실 김정구() 수석검사역은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면 곧바로 뒤에 서명을 한 뒤 복사를 해서 보관하는 것이 나중에 혹시 잃어버리더라도 피해를 보지 않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선우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