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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파리목숨

Posted August. 24, 200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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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이 피해 보면 안 되는데.

요하네스 본프레레 대표팀 감독 경질론이 대두되자 대한축구협회 고위 간부들은 혹 비난의 화살이 정몽준 축구협회 회장에게로 향할까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협회는 회장 눈치를 살피다 또다시 여론에 흔들려 감독만 자르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결정을 내렸다. 모든 책임을 본프레레 감독에게 떠넘겨 여론의 화살을 절묘하게 피하는 구태를 또 반복한 것이다.

본프레레 감독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경질이라는 게 모든 전문가의 의견. 지난해 협회가 사퇴했다고 발표한 움베르투 코엘류 전 대표팀 감독도 난 잘렸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1998 프랑스 월드컵 때 차범근 감독, 2000 아시안컵 때 허정무 감독이 경질된 것도 마찬가지. 대표팀 성적 부진에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협회는 번번이 감독에게 모든 책임을 돌렸다.

이런 현상은 축구를 정치적 활동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정 회장 때문에 반복되고 있다. 이번 본프레레 감독에 대해서도 협회 고위 간부들은 감독을 믿고 2006 독일 월드컵까지 이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감독을 넘어 협회 간부들 그리고 정 회장에게까지 비난이 쏟아지자 바로 경질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결국 본프레레 감독의 항복을 얻어냈다.

이회택 기술위원장(사진)은 감독이 사퇴한 마당에 기술위원회까지 총사퇴하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감독만 경질하고 말겠다는 것도 구태를 반복한 것. 전임 감독들을 자른 위원장들이 협회 고위 간부로 건재하고 있다. 전임 감독들을 영입하며 이번엔 끝까지 가겠다던 기술위원회가 자신들은 책임지지 않고 결국 감독을 희생양 삼아 정 회장을 살리고 자신들의 자리도 보전하고 있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여론의 비난에서 정 회장을 구한 사람은 협회 고위 간부로 계속 남게 되는 보답이 뒤따른다.

이젠 팬들도 이런 협회의 구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협회는 또다시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창출한 한국축구가 끊임없이 흔들리고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이유다.

이용수(세종대 교수) KBS 해설위원은 감독을 자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감독이 능력이 없다면 경질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축구는 독일월드컵 이후에도 계속 간다.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비전이 없다 보니 여론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