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방향 바꾼 일본의 교육개혁

Posted July. 19, 2005 03:22   

中文

일본에서 사립 중학교 1학년생 자녀를 둔 주부들끼리는 매년 봄이 되면 혹시 5월 증후군에 걸리지 않았느냐는 안부를 주고받곤 한다. 2월에 입학시험을 치러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한 자녀가 4월 신학기부터 새 학교에 무사히 다니게 되면 갑자기 허탈감에 빠져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학부모가 많아서 생긴 현상이다.

5월 증후군에 시달리는 주부들이 고민을 털어놓는 인터넷 사이트도 성황을 이룬다.

일본의 입시지옥은 초등학교부터 시작=소학교(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이 의무교육인 일본에서는 공립 중학교에 진학할 경우 입학시험을 치를 필요가 없고 학비(교재비, 급식비 등 제외)도 들지 않는다. 하지만 학비가 비싼 사립 중학교에는 해마다 지망자가 몰리는 반면 공립의 인기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사립을 지망하는 어린이들은 늦어도 소학교 4학년부터는 주쿠()로 불리는 전문학원에서 중학 입학시험을 준비한다. 도쿄()의 소학교 6학년 학급에서는 사립 지망자가 4분 1가량을 차지해 사립파와 공립파가 따로 노는 게 일반화됐다.

소학교 6학년생 A 군은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면 잠시 숨을 돌린 뒤 저녁 도시락을 들고 나가 오후 5시쯤 학원에 도착한다. 2시간 강의를 듣고 7시에 도시락으로 저녁을 때운 뒤 공부를 더 하다 10시가 다 돼서야 집에 도착해 곯아떨어진다.

올해 사립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둔 한 주부는 소학교 4학년부터 6학년까지 3년간 학원비로만 320만 엔(약 3200만 원)을 썼다고 말했다.

공립에 대한 불신이 사립 인기 촉발=교육 전문가들은 사립 중학교의 입시전쟁을 부추긴 주범()으로 일본 정부가 전인교육 명분으로 추진한 여유 있는 교육 정책을 꼽고 있다.

공립 중학교가 여유 있는 교육의 취지에 맞춰 2002년부터 주5일제 수업을 실시하고 학생들의 공부 부담도 줄이자 불안해진 중산층 학부모들이 대거 사립으로 향하게 됐다는 것. 사립 중학교는 토요일 수업을 고수하고 있고, 실력 있는 교사를 경쟁적으로 유치해 교육의 질이 뛰어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일본의 사립 중학교는 전체 중학교의 6.3%(2003년 기준)로 1990년대 중반만 해도 돈 많은 일부 부유층 자녀가 다니는 학교라는 인상이 강했다. 그러나 공립을 믿지 못하는 월급쟁이 부모들이 가세하면서 최근엔 경쟁률이 10 대 1에 육박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교육개혁 나선 일본 정부=일본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평준화 일변도에서 벗어나 학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교육개혁에 나서고 있다. 학교 및 지역별로 학력 서열이 매겨진다는 이유로 폐지한 전국학력시험을 부활한다는 방침을 정했고, 교사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교원면허 갱신제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나카야마 나리아키() 문부과학상은 올해 초 일본의 학교교육을 이대로 방치하면 일본은 동양의 노소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학생들의 공부 절대량이 부족하지 않도록 주5일제 수업의 실시 여부를 개별 학교의 재량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박원재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