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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꽃을 피우니 세상이 온통 꽃밭

Posted May. 13, 200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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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불교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올해 나온 책들은 경전을 소개하거나 유명 선사 및 스님들의 어록을 정리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생활 속에서의 실천과 깨달음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의 내용이 많다. 선이나 명상이 종교적 차원을 넘어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의 평안을 찾는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하고 방황하는 현대인이 많다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모두 행복을 꿈꾼다. 그런데 그 행복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는가.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10억 원이 있으면 행복할까? 하지만 먹고 사는 일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게 인간이다. 겉보기엔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자살하는 세상 아닌가.

그렇다면 행복은 무엇일까.

지혜를 이야기하는 많은 선각자는 행복의 조건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음을 이구동성으로 강조한다. 인간의 마음과 생각이 행복과 불행을 만든다고 말이다.

마음 한번 돌리니 행복이 미소 짓네는 생활불교, 실천불교를 지향하며 1951년 창종된 불교 종파인 진각종과 인연이 되어 신도들의 교화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저자가 쓴 책이다. 포교현장에서 만난 평범한 사람들이 마음 한번 고쳐먹음으로써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전하고 있다.

시어머니한테 구박받는 며느리, 바람 피우는 남편 때문에 고통 받는 아내, 어느 날 갑자기 가족에게 찾아온 병마, 사업 실패, 빚 보증으로 졸지에 경제적 궁핍에 빠진 사람 등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겪어봄직한 삶의 고비에서 분노 미움 절망 자책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용서와 이해 인정 희망 같은 긍정적인 것으로 바꾼 결과, 지옥 같았던 삶을 평온과 행복이 가득한 상태로 바꾼 마흔 네 가지 사례가 등장한다.

저자가 글쓰기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때로 인과관계도 허술하고 투박하고 거칠지만 현실감과 생동감이 느껴져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다는 오랜 지혜를 깨닫게 한다.

그러나 생각을 바꾼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순교보다 배교가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생각을 바꾸는 것이 목숨을 버리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경우도 있을 정도다.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지식이 아니라 자신만의 특별한 체험이나 경험, 다시 말해 수행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책이 바로 두 번째 책 참선일기다. 잠든 나를 깨우는 100일간의 마음공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스페인 문학 박사인 저자가 참선수행의 세계를 접하면서 20년 넘게 쌓은 지식보다 100일간의 마음공부가 훨씬 더 큰 공부가 되었다고 고백하는 일기집이다.

처음엔 책에서 배운 지식으로 참선을 해 보려다 캄캄한 절벽에 부딪치기도 하고 빨리 깨달음을 얻으려는 조바심을 드러내기도 하는, 반복되는 시행착오 끝에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면서 저자는 자신이 회피해 온 어린 시절의 상처를 인정하고 평생을 따라다닌 갈등과 고통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그것들을 그대로 껴안기로 한다.

그리하여 결국 깨달음이나 행복이 먼 곳이 아닌 내 안에 있는 본마음을 찾는 것이란 소박한 진리를 몸으로 깨닫게 된다. 100일 참선을 마치고 말미에 적은 저자의 말에는 진정한 행복에 대한 소박하지만, 깊은 깨달음이 담겨 있다.

아이 업고 아이 찾는다더니, 소 타고 소 찾는다더니, 결국 내 안에 두고 찾아다녔다니. 참선을 직접 해 보니 그 원리는 간단했다. 찾는 것은 밖이 아니라, 안에 있다! 안에 있으니 이제 됐다. 안에서 확인하면 이제는 그냥 살면 된다. 이미 있으니, 밖으로 바라지 않는다. 바라지 않으니, 걸릴 게 없다. 안을 바라보면, 시선은 비가 되어 내린다. 비를 맞고, 꽃씨가 꿈틀거리며 깨어난다. 문득 나를 보고 환히 웃는 꽃과 시선이 마주친다.



허문명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