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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그들

Posted May. 05, 200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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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은 PSV아인트호벤 태극 듀오의 날.

박지성(24)이 꿈의 무대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한국선수로는 처음 골을 넣었다. 또 이영표(28)는 도움을 기록했다.

이날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필립스 구장에서 열린 아인트호벤과 AC밀란(이탈리아)의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한 박지성은 전반 9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미드필드 중앙에서 헤셀링크에게 전진패스를 찔러준 뒤 문전으로 달려들며 다시 볼을 받아 차 넣은 것. 볼은 AC밀란 골키퍼 디다가 손 쓸 틈도 없이 네트 오른쪽 상단을 갈랐다.

박지성의 골은 한국선수가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터뜨린 첫 골. 그것도 알렉산드로 네스타, 야프 스탐, 파울로 말디니, 카푸 등 세계 최고의 수비수들이 포진한 AC 밀란의 자물쇠 수비를 열어젖힌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아시아 선수가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무대에서 골을 넣은 것은 19781979 시즌 일본의 오쿠데라 야쓰히코(당시 FC 쾰른) 이후 박지성이 두 번째다.

이영표의 활약도 눈부셨다. 철벽수비를 펼치던 이영표는 후반 20분 카푸를 앞에 두고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동료선수인 코쿠를 향해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올렸다. 코쿠는 헤딩슛으로 팀의 두 번째 골을 터뜨렸고 이영표는 도움을 기록했다.

아인트호벤은 이 경기에서 3-1로 승리했지만 결승진출엔 실패했다. 1, 2차전 득점 합계에서 3-3 동점을 이뤘지만 홈에서 한 골을 내줘 원정경기 다득점 우선 원칙에 밀린 것.

아인트호벤은 2-0으로 앞섰지만 후반 인저리타임에 들어서자마자 AC밀란 마시모 암브로시니에게 골을 내준 것이 뼈아팠다. 아인트호벤은 인저리타임 2분경 코쿠가 왼발 발리슛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박지성은 경기 후 챔피언스리그는 월드컵과는 또 다른, 유럽축구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승부도 중요하지만 축구 자체를 즐기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매 경기가 내게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이영표는 좋은 경기를 펼치고도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마지막 순간에 집중하지 못해 골을 허용했다며 아쉬워했다.

비록 패장이 되긴 했지만 아인트호벤의 거스 히딩크 감독은 태극 듀오의 활약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두 선수 모두 더 이상 잘 할 수 없었다. 정말 자랑스럽고 칭찬해주고 싶은 선수들이다. 멋지고 환상적인 경기를, 그리고 현대적인 축구를 구사했다고 평가했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