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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도코트 휩쓴 농구 부부

Posted March. 22, 2005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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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공으로 인연을 맺은 지 어느새 30년도 넘는 세월이 흘렀다.

처음엔 사제관계로 만났다가 화촉을 밝혔다. 이젠 한 팀에서 감독과 코치로 같은 길을 걷는 동반자. 그들에겐 농구 코트가 바로 삶의 전부다.

일본여자농구리그(WJBL) 샹송화장품 정주현 감독(70)과 이옥자 코치(53) 부부. 이들은 15일 끝난 WJBL 챔피언결정전에서 샹송화장품을 5년 만의 정상으로 이끈 뒤 22일 김포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우리은행과의 한일여자농구 챔피언전에 출전하기 위해 일본에 귀화한 하은주(22202cm) 등 샹송화장품 선수단을 이끌고 귀국한 것.

밝은 표정으로 입국장에 들어선 정 감독과 이 코치는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열심히 뛰어준 덕분이라면서 겸손해 하면서 한국 지도자들이 일본에서 인정받고 있어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올 시즌 WJBL 4강 플레이오프에 샹송화장품과 임영보 감독이 있는 일본항공, 정해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도요타자동차가 나란히 진출한 것을 두고 하는 말.

3년 동안 후지쓰 감독을 맡다가 올 시즌 남편이 있는 샹송화장품으로 옮겨 우승 헹가래까지 받은 이옥자 코치는 여성지도자로는 사상 첫 일본여자농구 우승을 일궈내 일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정주현 감독은 함께 코칭스태프로 일하니 마음이 편하고 지도에만 전념할 수 있어 좋다고 자랑했다. 이옥자 코치 역시 혼자 애쓰는 것 보다 의지가 되고 잘못된 부분은 바로 고칠 수 있다면서 아침 챙겨드리는 것 말고는 제대로 내조를 못해 죄송할 때가 많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최근 독도 영유권 문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된데 대해 이들은 한일 챔피언전이 취소되는 게 아닌가 걱정했다면서 그래도 스포츠 만큼은 양국의 우의를 위해 계속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감독과 이 코치는 1974년 한국 여자농구대표팀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여자실업팀 제일은행 코치였던 정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면서 상업은행(현 우리은행)에서 현역 생활을 하던 이 코치를 지도하게 된 것.

정 감독은 제일은행을 거쳐 코오롱 감독으로 재직하다 1997년 팀 해체 후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 코치는 78년 일본에 진출해 샹송화장품 선수로 활약한 뒤 79년 은퇴했고 신용보증기금 코치, 숭의여고 코치, 용인대 감독 등을 역임한 뒤 2001년부터 일본 무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