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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국책사업

Posted February. 04, 2005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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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 문제는 정부와 지율 스님 측이 3개월간의 환경조사에 합의해 최악의 사태를 비켜갔다. 그러나 정책의 일관성이 허물어졌다는 점에서 씁쓸한 선례를 남겼다.

또 밀린 정부=국무총리실 관계자는 4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율 스님이 죽기를 작정하고 단식을 강행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작정 버티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는 것.

그러나 곰곰이 따져 보면 정부가 원인 제공을 한 측면이 적지 않다. 200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당시 노무현() 후보는 천성산 터널공사 백지화를 포함한 노선 전면 재검토를 공약했다.

지율 스님 등이 노선 백지화와 대통령 공약 이행을 요구하며 정부를 잡고 놓아주지 않은 것도 그 때문. 이후 공약으로 발목이 잡힌 노 대통령의 노선재검토위원회 구성 지시와 공사 중단공사 재개지율 스님 단식에 따른 공사 중단법정 공방공사 재개 등의 파행을 겪었다.

청와대는 100일 동안 계속된 지율 스님의 이번 단식 농성 때는 한발 뒤로 물러선 채 총리실에 악역을 맡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03년 초 천성산 터널공사 문제가 쟁점화됐을 때에는 노 대통령이 직접 공사 중단과 재협상을 지시했고,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직접 지율 스님과 만나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청와대가 사회갈등 현안에 일일이 개입하면서 모든 책임의 화살이 노 대통령에게 날아오자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총리실과 각 부처로 하여금 갈등 현안 조정에 나서도록 했다.

정부의 속내=정부로서는 다른 국책사업도 이번처럼 단식 등으로 저지하면 물러설 것이냐는 지적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국무총리실 남영주() 민정수석비서관은 만약 지율 스님에게 불상사가 생긴다면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겠느냐고 고충을 토로했다.

정부는 일단 환경공동조사에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조사단이 발파 중단을 요구하면 수용할 수 있다는 것. 남 수석비서관은 조사단이 완벽하게 합의한다면 공사 중단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정부 측 전문가와 환경단체 추천 전문가가 동수여서 100% 합의가 이뤄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 경우 정부는 대법원의 판단에 맡긴다는 생각이다. 지율 스님 측이 낸 공사중단 가처분 신청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남 수석비서관은 합의가 안 되면 대법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대법원 판결에 승복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정용관 김정훈 yongari@donga.com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