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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사이트 알이자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문제의 사이트 알이자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Posted January. 10, 200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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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어 인터넷사이트 알이자(www.alezah.com)에 남겨진 한국인 2명을 납치했다는 성명은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가지고 있을까.

이 사이트를 분석한 선문대 통일신학부 이원삼 교수는 알이자 사이트 가운데 인터넷 카페 게시판처럼 누구라도 글을 남길 수 있는 곳에 한국인 납치 사실을 알리는 성명이 떠 있다며 따라서 성명의 신빙성은 일단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이트의 첫 화면은 꽤 짜임새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왼쪽 상단에 코란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위에 우리에게 이슬람 외에는 영광이 없다고 적혀 있다. 사이트 이름인 알이자는 영광을 뜻하는 아랍어. 이 사이트는 주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성명을 게재해 왔다.

화면 가운데에 BBC 아랍어 사이트의 링크 표시가 있고, 그 아래에는 라마단을 어떻게 맞아야 할 것인지, 팔레스타인에서의 성전의 의미에 대한 글이 올라 있다.

오른쪽으로는 코란, 이슬람 문학, 지하드 등 링크가 나열돼 있다. 문제의 성명은 지하드 링크 내 무자헤딘이라는 하부 링크 속에 이라크 지하드 단체의 성명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있다.

성명이 게시된 곳으로 보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이 사이트를 주로 사용해 온 단체가 이라크 성전을 위한 카에다 조직(옛 유일신과 성전)인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라크 내 테러를 주도하고 있는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이끄는 이라크 성전을 위한 카에다 조직은 지난해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 씨를 살해한 테러단체다.

자르카위의 한 측근이 지난해 10월 17일 이라크 성전을 위한 카에다 조직의 법률위원회 아부 하프스 알 리비 위원장이 죽었다는 성명을 남겼을 정도로 이 사이트는 이 조직의 대외 창구 역할을 했다.

외국인 인질을 납치하거나 참수했다는 성명도 이 사이트에 단골로 게재됐다.

지난해 9월 16일 영국인 케니스 비글리 씨(62)를 납치해 참수했다는 성명이 이 사이트에 처음 공개됐고, 9월 23일에는 이탈리아 정보기관 여자 요원 2명이 납치 참수됐다는 사실도 소개됐다.

당시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이 사이트의 공신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비글리 씨의 납치 주장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며칠 후 비글리 씨의 참수 모습이 공개되면서 알이자에 게재된 이라크 성전을 위한 카에다 조직의 성명은 사실로 확인됐다.

반면 이탈리아 정보기관 여성 2명을 칼로 무자비하게 참수했다고 했던 테러단체 안사르 알 자와히리의 성명은 사실이 아니었고 이 여성들은 모두 살아서 귀국했다.

이 교수는 참수와 관련한 사실이 한 번 빗나가긴 했지만 납치와 관련된 성명은 거의 예외 없이 사실이었다며 한국인 납치 가능성을 쉽게 부인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박형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