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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때 빼고는 농구 생각만

Posted November. 29, 2004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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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F 추일승 감독과 TG삼보 전창진 감독.

41세 동갑내기로 프로농구 사령탑 10명 가운데 둘밖에 없는 주무 출신이다.

추 감독은 1986년 실업 기아팀 창단 멤버로 입단한 뒤 이듬해부터 1997년까지 매니저로 일했다. 전 감독 역시 고려대 시절엔 청소년 대표까지 했으나 삼성에서 부상으로 일찍 은퇴해 1988년부터 8년 동안 주무를 맡았다. 당시 기아와 삼성의 숙소는 모두 경기 용인시 근처에 있어 둘 다 선수들의 야식을 사러 갔다가 식당에서 만난 적도 종종 있었다.

선수들을 시시콜콜 살피며 뒷바라지하는 주무는 지도자와는 거리가 먼 자리. 그러나 추 감독과 전 감독은 프로 감독으로 뒤늦게 성공시대를 열었다.

올 시즌 추 감독이 이끄는 KTF는 10승4패로 단독 1위에 올라 있다. 이미 프로농구 정상에 오른 전 감독의 TG는 KTF에 1경기 뒤진 공동 2위.

스타 지도자들 틈바구니에서 이들은 맨손으로 소속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감독 역할 잘 못하면 주무출신이니 전문성이 떨어져 어쩔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올 게 뻔하잖아요. 그 말만큼은 정말 듣기 싫었어요.

잘 때 빼고는 농구 생각만 한다는 추 감독과 전 감독은 전술과 선수 선발 등에서 도움이 될 것 같으면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며 배웠다. 벤치의 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주전과 식스맨을 차별하지 않고 고르게 출전 기회를 주는 용병술도 닮은 꼴.

추 감독은 먼저 감독이 돼 자리 잡은 창진이를 보면서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계속 배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 감독은 성적에 대한 부담이 남보다 훨씬 컸는데 좋은 선수를 만난 게 행운이라고 겸손해한다.

간판이 아닌 실력으로 살아남은 이들은 30일 부산에서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을 벌인다. 1차전 때는 당시 7연승을 달리던 TG가 홈에서 KTF에 패했다. 이번에는 상황이 바뀌어 7연승의 KTF가 TG를 상대로 시즌 최다인 8연승에 도전한다.

이래저래 겨울 코트는 더욱 뜨겁게 됐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