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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의 경제 인식 걱정스럽다

Posted November. 15, 200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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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려울 때 경제지도자의 적절한 말 한마디는 시장에 자신감과 희망을 되찾아 주는 소중한 힘이 된다. 반대로 잘못된 발언은 경제주체들에게 더 큰 불신과 혼란을 안긴다. 경제 부처 장차관의 말에도 천금같은 무게가 실려야 하거니와 하물며 대통령에 이르러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대통령의 말에는 정확한 현실 진단과 일관성, 강한 책임의식이 배어 있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미주를 순방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동포간담회에서 한 발언은 이런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우선 무리하게 주사나 영양제, 각성제를 투입하면 반드시 2, 3년 안에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에 무리한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겠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제 앞가림도 못 하는 연기금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대거 동원하는 한국형 뉴딜정책의 추진과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는 금리인하 정책이 경기부양책이 아니면 무엇인가.

대선 공약인 7% 성장도 농담하듯 할 얘기가 아니다. 성장률은 가장 종합적인 거시지표로 수많은 정책적 함의()가 그 안에 담겨 있다. 그런데도 상대 후보가 6% 성장 공약을 내놓기에 약이 올라서 7%로 올려 내놓았다고 하니, 모든 선거공약의 진정성과 실효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이 취임 후 내놓은 250개 로드맵과 17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밝힌 6% 성장 약속도 그런 수준이란 말인가.

대기업의 위기론도 나무라기만 할 일이 아니다. 재무구조가 튼튼하고 현금이 남아도는데 투자할 곳이 없다는 사실이야말로 우리 경제가 가장 고치기 어려운 병인 무기력증과 우울증에 빠져 있다는 증거다. 더구나 대기업들은 위기의식을 적극 활용해 구성원들의 도전의지를 북돋우고 결속력을 다져 험난한 국제경쟁을 헤쳐 나가고 있다.

위기를 걱정하면 불에 덴 듯 찬물만 끼얹으려 하고 음모론으로 몰아붙이는 현 정권이 가장 급하게 배워야 할 것이 바로 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