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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빈말로 드러난 고구려사 구두 합의

[사설]빈말로 드러난 고구려사 구두 합의

Posted September. 17, 200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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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프로젝트인 동북공정()의 권위자가 서울의 국제학술회의에서 고구려는 분명 중국의 역사라고 강변했다. 그는 신라의 3국통일은 백제와 신라의 2국통일로 격하했다. 오늘의 영토 주권을 잣대로 과거의 역사 주권을 재단하는 중국 정부와 학자들의 고질적인 중화() 인식, 그리고 정부의 방침과 노선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중국 지식인들의 한계에 강한 실망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중국측 주장은 이번 회의에 참석한 다른 나라 학자들의 공격을 받았다. 몽골 과학아카데미의 오 바트사이한 교수는 중국의 몽골사 왜곡을 예로 들며 칭기즈칸까지도 중국인으로 간주하려는 억지를 부린다고 꼬집었고 인도 출신의 판카지 모한 호주 시드니대 교수는 석가모니의 탄생지가 현재 네팔에 있다고 해서 석가모니가 네팔인이 될 수는 없다는 논리로 중국측 주장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중국 문화부가 발행하는 월간지 9월호에도 고구려는 중국 소수민족의 지방정권임을 주장하는 기사가 실렸다. 이 잡지는 중문판, 영문판으로 제작돼 전 세계 180여개국에 배포되는 관영 홍보책자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고구려사 왜곡 해외 홍보전에 나섰다고 볼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말 고구려사 왜곡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중앙 및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관련 기술에 대한 한국의 관심에 이해를 표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감으로써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을 방지한다는 등 5개항을 구두 약속한 바 있다. 당시 우리 언론과 학계에서는 이 같은 구두 합의가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한 달도 안 돼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우리 정부는 중국의 약속 위반에 대해 반드시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 아울러 고구려사 왜곡이 결코 학술적 논의로 시정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하면서 다각도의 외교적 노력과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