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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촌이면 어디든 간다

Posted June. 09, 200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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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은행에 부자고객 다 빼앗길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A증권 영업부장 P씨는 최근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지난달 하나은행이 여의도에 프라이빗뱅킹(PB부유층 고객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점포를 낸 데 이어 15일 신한은행도 PB 전용 점포를 열기로 했기 때문.

P씨는 증권사 부자 고객들이 은행 PB로 옮겨갈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는 것. 은행 PB는 증권사보다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약속하고 있다.

최근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부유층 고객 공략에 나서면서 서울 강남과 명동 인근에 모여 있던 PB 점포가 여의도 목동 동부이촌동 등 부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파트 밀집지역 중산층을 잡아라=최근 은행들이 잇따라 PB 전용 점포를 내는 곳은 금융자산 5억10억원을 가진 상위 중산층들이 사는 아파트 밀집지역들이다.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이 하나의 섬을 이루고 살고 있어 고객을 모으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굿모닝신한증권 빌딩 17층에서 있는 신한은행 여의도 PB 센터는 10억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여의도지역 부자를 잡을 계획. 하나골드클럽 여의도 지점은 5억원 이상 고객에 대해 PB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은행 PB 지원팀 한상언 팀장은 여의도에는 원래 부자가 많았고 지난해까지 땅값도 많이 올랐다며 연예인과 외국인투자자들이 많아 PB 시장으로 제격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올해 2월 40, 50대 상위 중산층이 많이 사는 양천구 목동에 PB 전용 점포인 골드 앤 와이즈 11호점을 열었다. 역시 주민 소득수준이 높은 용산구 동부이촌동(국민, 하나)과 송파구 올림픽선수촌(외환) 및 잠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국민, 하나)에도 전용 점포가 들어섰다.

외환은행 올림픽선수촌지점 김동원 PB 팀장은 50평형대 이상 중대형 아파트가 수천 가구씩 몰려 있어 강남의 압구정동 등에 버금가는 준() 강남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돈이 있는 곳에 PB 점포가 있다=강남과 명동 인근에서 주변 부촌으로 옮아가는 PB 점포의 위치는 부자의 지역편중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현재 전국에 개설된 8개 시중은행의 PB 전용 점포는 모두 40개. 이 가운데 강남구(14개) 서초구(5개)와 명동 인근(5개)에 전체의 60%인 26개가 몰려있다.

특히 압구정동에서 시작해 청담 삼성 대치 도곡 역삼 서초 방배동으로 이어지는 반원()형의 벨트에 우리 조흥 한미 제일 등 거의 모든 은행의 19개 점포가 몰려있다.

반면 서울 이외 지역의 경우 수도권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와 고양시 일산구에 각각 2개와 1개, 부산에 2개 등 모두 5개(12.5%)가 있을 뿐이다.

하나경제연구소 배현기 금융팀장은 지역에 따라 PB 점포 수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은행들이 새로운 PB 점포를 개설할 때 해당 지역의 납세실적과 고액예금자 수를 주요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나경제연구소 배현기 금융팀장은 대부분 은행들이 연내에 PB 점포를 추가로 개설해 점포망을 넓힐 계획이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결국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에 따라 은행들의 성패가 엇갈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석호 김창원 kyle@donga.com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