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가 역사적인 3자회담을 개최한다.
3자회담=회담 장소는 아랍권에서 이집트와 함께 이스라엘과 수교한 나라인 요르단의 아카바. 세 사람은 회담을 마친 후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수영장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나란히 건너 요르단 왕궁으로 향한다. 연출효과에 천재적인 백악관 선발대는 회담을 앞두고 요르단에 이 다리의 건설을 요구했다.
그러나 단지 상징적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0년 10월 샤름알셰이흐의 3자회담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회담은 취임 후 2년간 중동 유혈분쟁을 수수방관하던 부시 대통령이 처음 중재에 뛰어든 자리다. 동시에 이라크전쟁 승전 이후 중동에서 더욱 강해진 미국의 입김을 확인하는 현장. 샤론 및 아바스 총리가 발표하는 성명의 초안은 모두 미국이 작성한 뒤 수정을 거쳤다.
부시 대통령은 이 회담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분쟁을 종식시키고 2005년까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창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동평화안(로드맵)의 이행을 양측에 강력하게 촉구할 예정이다.
샤론 총리는 이에 부응해 요르단강 서안 65개의 불법 유대인정착촌 중 12곳을 해체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이스라엘 언론은 보도했다.
아바스 총리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봉기의 종식을 강력히 촉구할 예정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4일 전했다.
로드맵의 1단계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 대한 폭력을 즉각 포기하고 이스라엘은 샤론 총리가 집권한 2001년 3월 이후 건설된 정착촌을 해체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회담에 때맞춰 자국인 집단살해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28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해온 팔레스타인인 최장기수 등 100여명을 석방해 우호적인 회담 분위기를 조성했다. 팔레스타인측은 부시 대통령의 중동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일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부시-아랍 정상회담=부시 대통령은 3일 홍해 연안의 이집트 휴양지인 샤름알셰이흐에서 온건파 아랍국가 지도자들과 정상회담을 갖고 아랍권으로부터 로드맵에 대한 지지와 테러 척결 다짐을 이끌어냈다.
이 회담에는 아바스 총리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하마드 빈 이사 바레인 국왕,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제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아바스 총리의 역할을 인정하면서 그에게 협력 의사를 내비쳤다.
부시 대통령은 아랍과 이스라엘간 해묵은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해 2013년까지 미국과 중동지역간 자유무역지대 설립을 제안했다.
로드맵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응=텔아비브대가 실시해 3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인의 59%는 로드맵에 찬성했고 39%는 반대했으며 2%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조사대상자 중 66%는 로드맵이 2005년까지 분쟁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변했고 32%는 분쟁 해결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홍은택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