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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꼬이는 한-미관계

Posted February. 17, 200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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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가 보도한 미국의 대북 제재방안의 중심은 북한의 돈 줄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북한을 압박함으로써 외교적 노력에 힘을 싣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북-미 대화 재개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는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1주일 후면 취임하는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측이 미 언론 보도에 대해 곧바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노 당선자측의 한 핵심관계자는 노 당선자의 북한핵 관련 기본입장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미측이 공식적으로 통보해 온 것도 없고, 이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조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사실 25일 출범하는 노무현 정부를 기다리고 있는 과제는 북핵 문제뿐 아니라, 한미동맹 재조정,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 문제 등 덩치가 큰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미 행정부가 대북 제재를 중심으로 하는 북핵 해법에 초점을 맞출 경우 북핵 문제 해결보다는 오히려 한미관계 조정이 더 시급한 현안이 될지도 모른다.

노 당선자는 또 13일 대북 지원에 대해 퍼주기가 아니고 더 퍼주더라도 투자를 해야 한다며 미국이 이래저래 말하면 어렵겠지만 한국민이 확고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측이 식량지원도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는 전혀 감()이 다른 접근법이다.

물론 뉴욕 타임스가 보도한 대북 제재가 곧바로 실현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당장 한미관계를 걱정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동안 언론에 거론됐던 맞춤형 봉쇄(tailored containment) 개념이 변형된 맞춤형 제재(tailored sanction)가 눈에 띄는 정도라는 것이다. 대북 제재와 대화의 중간선상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최대화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그나마도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이 대북 압박에 반대하고 있어서 미측이 이 방법을 구체화하려면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미측이 이처럼 북한의 돈 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현대의 대북 송금이 북한 무기 구매 용도로 전용됐다는 미국 내 매파의 시각이 고려됐다는 관측도 있다.

한편으로는 애초부터 북한에 대한 현금지원은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강조함으로써 한국의 새 정부가 북한에 현금지원을 하지 못하도록 못박으려는 의도도 없지 않아 보인다.



김영식 spear@donga.com